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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9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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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병원은 수백억원을 중국에 쏟아 붓는다고 하고 어떤 병원은 굵직굵직한 전략적 제휴의 ‘로드맵’을 내놓는다.
척추전문병원인 광혜병원이 지난달 24일 1500병상 규모의 중국 톈진(天津)의대부속병원에 둥지를 틀었다. 이 병원 박경우 원장(50·사진)의 생각을 물었다.
“중국인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지독한 구두쇠에 실리주의자입니다. 무턱대고 달려들면 십중팔구, 아니 100% 망합니다.”
자신만만하다. 과연 광혜병원은 중국 진출에 성공했을까. 이 병원은 톈진병원 척추센터의 모든 수술을 ‘아웃소싱’했다. 기술을 전수하고 대신 돈으로 보상받는다는 것. 지금까지 2억원을 투자했고 앞으로 3억원을 추가로 투자하기로 했다. 그 대신 10년간 외래, 수술 가리지 않고 척추센터에서 발생하는 매출액의 30%를 가져오기로 했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 실리를 챙기는 ‘알짜’ 진출인 셈이다.
그러나 그는 “더 큰 이익은 따로 있다”고 말했다. 자체 개발한 척추수술 재료를 독점공급하고 30%의 수수료를 챙기기로 한 것이다. ‘케이지’라고 불리는 이 재료는 1개에 240만원 정도. 개당 80만원을 버는 셈이다.
중국인들이 어떤 ‘인종’인데 이런 계약이 성립할 수 있었을까. 박 원장의 대답은 간단했다.
“국내 척추수술 기술은 세계적 수준입니다. 그들은 당장에 우리에게 돈을 주지만 이 기술을 배우면 장차 자신의 수익이 커진다는 계산을 하죠.”
케이지 역시 비슷한 논리다. 박 원장은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아예 중국 업체에 이 생산을 맡겼다.
이제 중국에 진출한 지 한달 여. 얼마나 벌었을까 궁금했다. 박 원장은 “2주간 수술이 20건 정도, 재료 사용이 5건 정도니까 총 800여만원”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척추수술비용이 60여만원선이다. 아직 수익은 미미한 편이다. 그러나 환자가 늘면 수익은 늘어나게 된다. 박 원장은 투자금 회수시기를 2년 후로 보고 있다.
사실 이 병원이 중국 진출을 시도한 것은 벌써 2년도 훨씬 전의 일이다. 박 원장은 그간의 과정에 대해 “아휴, 생각하기도 싫다”며 넌더리를 쳤다. 중국에 진출하려는 국내 병원에 대해 조언을 청했다.
“중국인을 먼저 공부하세요. 그리고 일확천금을 꿈꾸지 마세요. 야금야금 하나씩 영역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아참, 중국에 갈 때는 선물을 꼭 준비하세요. 선물 주지 않는 것을 큰 결례라고 생각하거든요.”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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