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원주민, 英선교사 후손에 136년전 食人사과

  • 입력 2003년 10월 15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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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7년 선교활동 중 피지 제도에서 살해당한 영국 런던선교협회 소속 토머스 베이커 목사의 후손들은 최근 편지 한 통을 받았다. “136년 전 우리의 잘못을 사과하고 싶다. 다음달 우리 마을을 방문해 달라.”

발신인은 피지 제도 비티레부의 나바투실라 마을 대표. 당시 이 마을 사람들은 베이커 목사를 살해한 뒤 먹어치웠다.

베이커 목사가 살해당한 이유는 마을 추장의 머리에 꽂혀 있던 빗을 만졌기 때문. 당시 피지에서 추장의 머리에 손대는 것은 금기였다. 베이커 목사는 피지에서 식인 풍습에 희생당한 유일한 백인이다. 식인 풍습은 19세기 중반 기독교 전래와 함께 사라졌다.

영국 BBC방송은 14일 나바투실라 마을 사람들이 100년이 훨씬 지나 사과를 하게 된 것은 조상들의 ‘행위’로 저주를 받았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다음달 사과 의식에는 라이세니아 카라스 피지 총리도 참석할 예정.

당시 베이커 목사를 먹는 데 참여했던 한 마을 사람은 “우리는 그의 장화만 빼고 모두 먹어치웠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베이커 목사의 장화 한 짝은 피지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고 이 방송은 덧붙였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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