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말이 맞나…럼즈펠드 vs 라이스 갈수록 갈등 증폭될듯

  • 입력 2003년 10월 8일 1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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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이 직접 이라크 재건사업을 총괄하기 위해 ‘이라크 안정화 그룹(ISG)’을 만들기로 한 데 대해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말이 미묘하게 엇갈려 관심을 끌고 있다.

럼즈펠드 장관은 7일 그 같은 기구의 설치 자체를 부인했다.

이에 앞서 6일 라이스 보좌관은 ISG의 설치 계획을 전하면서 이는 럼즈펠드 장관과 협의를 거쳐 나왔다고 밝혔다.

럼즈펠드 장관의 부인 발언은 지금까지 이라크 재건계획을 총괄해온 자신의 역할이 ISG를 맡은 라이스 보좌관에게로 넘어가는 데 대해 반발하는 것으로 해석되며, 라이스 보좌관과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럼즈펠드 장관은 7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국방장관들과 비공식 접촉을 갖기 위해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를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ISG 설치를 위한 협의를 가진 기억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라이스 보좌관이 ISG 설치 구상에 대해 쓴 것으로 알려진 메모 문건을 언급하면서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그런 (ISG) 메모가 정말 있다면 공개하라”고 요구하면서 “정말 이상한 것은 어떻게 해서 그런 메모가 있다고 보도됐는지 하는 의도”라고 말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그는 “(그런 메모가 있다면) 기존의 국가안보회의(NSC)가 하려는 일들을 기록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이라크 재건 작업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계획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이 있지만 그만한 일에 어떻게 계획이 없을 수 있겠느냐”며 반박하기도 했다.

그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ISG가 설치되면 이를 책임질 것으로 알려진 라이스 보좌관의 반응은 즉각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이 라이스 보좌관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반응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라이스 보좌관은 이라크 문제에 대한 럼즈펠드 장관의 독선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내년 대선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 그의 역할을 축소하고자 주장해왔다.

이에 맞서 럼즈펠드 장관은 백악관의 NSC에 국방부 서열 3위인 더글러스 페이스 차관을 대리 출석시키는 등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라이스 보좌관이 “8월 말 부시 대통령의 개인 목장에서 딕 체니 부통령, 콜린 파월 국무장관,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함께 상의한 결과 ISG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기 때문에 두 사람의 갈등은 더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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