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뒤의 체니’ 막강 권력…對테러전 등 극단 강경책 불러

  • 입력 2003년 10월 5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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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딕 체니 부통령(사진)을 거쳐 오른쪽으로 휘어진다.”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는 최신호(13일자)에서 체니 부통령을 “아마도 가장 강력한 부통령”이라며 “극단적인 강경책 뒤에는 체니가 있다”고 전했다.

‘커튼 뒤의 체니’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잡지는 “이라크에 대한 모든 상황은 체니를 통해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과정에서 편협한 정보만이 받아들여진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고위관계자들도 “체니의 정책 제안은 종종 ‘최악의 시나리오’만을 상정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시인하고 있다. 공화당 인사들도 “체니는 국민이 중도를 원할 때도 대통령이 오른쪽으로 치우친 결정을 내리도록 만든다”고 말한다.

체니 부통령의 ‘확신’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전쟁 명분과 전후처리 문제를 두고 부시 행정부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지만 체니 부통령은 사담 후세인과 테러리스트가 연계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잡지는 “체니가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확실하긴 하다”는 고위인사의 말을 전했다. 언론의 비난이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TV에서 부정적인 여론에 대한 보도를 접해도 웃어넘긴다는 것.

체니 부통령은 “미국은 세계의 자유를 증진시키기 위해 겸손하게 힘을 써왔지만 9·11테러를 분수령으로 ‘선택적인 전쟁’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테러리스트 중 99%가 사라져도 남은 1%가 위협이 되기 때문에 미국은 더 공격적이 돼야 한다는 것. 한 고위관리는 “또 다른 테러로부터 미국을 지켜야 한다는 망상에 시달리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체니 부통령의 충성과 부시 대통령의 신뢰는 유명하다. 매주 목요일에는 단 둘이서만 점심 식사를 한다.

잡지는 “여느 부통령과 달리 본인이 대선에 나설 야심이 없는 것도 이러한 신뢰의 한 요인”이라고 전했다. 또 기업인 스타일의 리더십을 갖고 있고, 실현 불가능한 꿈이나 잃어버린 대의명분에 집착하지 않는 것도 부시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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