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학부모도 학교로 오세요"…교사가 교과내용 자세히 설명

  • 입력 2003년 10월 3일 19시 18분


“프리 캘큘러스(Pre Calculus·고교 수학과목)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초반에 학생들이 고생을 할 겁니다. 계속 연습을 해야 하죠. 숙제는 꼬박꼬박 해오지 않으면 감점입니다.”

미국 뉴저지주 북부 테너플라이 고등학교 에일린 에델만 교사의 설명은 이어졌다.

2일 밤 에델만 교사의 강의실에는 학생이 아닌 학부모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학교측이 9월 새학기 초마다 실시하는 ‘학부모의 날(Back-to-School Night)’ 행사. 이번 행사는 지난달 미국 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이사벨 때문에 늦춰졌다.

매 교시 15분씩 학부모들이 학생처럼 강의실을 찾아가면 교사들은 어떤 교재로,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를 설명했다. 시험 40%, 숙제 40%, 발표 20% 등 평가기준도 밝혔다. 일부 학부모는 두툼한 책을 가리키며 “진도는 다 나갈 수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교사들이 무게를 잡고 딱딱한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초임인 생물담당 애덤 랜델 교사는 교과과정 설명을 하다 말고 “오늘 양키스 야구경기가 어떻게 됐는지 누가 아시나요”라고 물어봐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합창반 담당 제임스 밀라 교사는 “연말에 공연할 뮤지컬은 ‘마담 버터플라이’”라고 소개한 뒤 뮤지컬 일부를 들려주기도 했다.

교실을 나서는 학부모들은 “내 아이가 이 과목을 아주 좋아한다”고 인사를 건넨다. 교사는 “아이가 아주 뛰어나다”거나 “부모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고 칭찬을 하며 열의를 북돋아준다. 물론 칭찬 내용은 학생에 따라 다르다. 단순한 인사치레라기보다는 학생의 수업태도 성적 등을 꼼꼼히 챙기고 있는 것.

미국에선 사립학교는 물론 공립학교도 이처럼 학교 교육내용을 학부모들에게 소상히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다. 짧은 시간이지만 교사와 학부모들이 교육에 대해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교는 학부모들에게 믿음을 심어주고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 학교교육을 모두 경험해본 교포들은 “교육내용이 실용적이고 체육 음악 등 특별활동을 중시하며 독창성과 발표능력을 키우도록 하는 등 미국 교육의 여러 장점이 거론되지만 진짜 장점은 교과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한다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교사들은 자신의 e메일 주소를 학부모들에게 알려주면서 “언제나, 무엇이든 상담해 달라”며 “방과 후엔 언제나 시간이 있으니 학생이든 학부모든 만나서 이야기할 것이 있으면 찾아오시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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