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엔高는 안된다” 초강수

  • 입력 2003년 10월 1일 20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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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강세-달러화 약세의 지속으로 엔화 가치가 2년10개월 만에 최고치인 달러당 110엔대까지 오르자 일본 외환당국이 대대적인 시장개입에 나섰다.

일본은 지난달 30일 도쿄외환시장에 개입한 데 이어 뉴욕시장에서 미국의 뉴욕연방은행을 통해 위탁개입을 실시했다고 일본 재무성이 1일 밝혔다. 일본이 엔고(円高) 저지에 나선 것은 지난달 20일 서방선진7개국(G7) 재무장관회의 이후 처음. 그것도 ‘인위적인 환율조정’에 비판적인 미국을 통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위탁개입이 일단 효력을 발휘하면서 엔화환율은 1일 도쿄외환시장에서 111.25엔으로 마감됐다.

위탁개입은 외국 중앙은행의 협조 없이 해외 외환시장에 개입할 때 해당국 은행에 금액 조건 등을 지정해 시장개입을 의뢰하는 것. 뉴욕연방은행은 일본의 요청대로 엔화매도 주문을 대량으로 내는 시장개입을 단행해 110엔대이던 엔화 환율을 111.75엔까지 끌어올렸다. 일본 정부가 미국 금융기관에 위탁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은 작년 6월 말 이후 1년3개월 만이다.

일본이 위탁개입 카드를 꺼낸 것은 ‘안방’격인 도쿄시장에서 시장개입을 해도 뉴욕과 런던시장을 거치는 동안 엔화 가치가 다시 뛰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것.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연방은행을 통한 위탁개입은 국제 환투기 세력에 일본 당국의 엔고 저지 의지를 강력히 알리기 위한 포석”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본의 위탁개입은 뒤집어 해석하면 예전처럼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이 총출동하는 협조개입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실토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이번 조치의 ‘약발’이 오래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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