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몇개국 고집때문에 WTO협상 결렬”

  • 입력 2003년 9월 16일 21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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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칸쿤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결렬된 뒤 각국의 책임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미국이 개발도상국들을 주 타깃으로 통상압력을 강화할 조짐이다.

찰스 그래슬리 미 상원 재무위원장은 15일 “국제 무역정책에 대한 관할권을 가진 재무위원장으로서 이번 각료회의에서 각국이 취한 태도를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며 “협상 상황을 토대로 향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나라를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슬리 위원장은 또 “이번 WTO 회의에서 몇 나라의 고집 때문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빈곤에서 구하고 농부 노동자 소비자의 상황을 개선할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했다.

조셋 샤이너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등 미국의 고위 통상관료들은 칸쿤회의 결렬을 유럽과 개도국이 투자촉진 분야 등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농업부문 협상이 궤도를 이탈한 탓으로 평가하고 양 진영을 싸잡아 비난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이날 전했다.

한편 도널드 에번스 미 상무장관은 이날 디트로이트 경제클럽에서 제조업체 관계자들과 가진 회의에서 “(20여 도시에서 열린) 회의 결과 중국만큼 많은 우려를 산 국가는 없었다”며 이례적으로 강한 톤으로 중국을 거론했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에번스 장관은 이어 “중국이 2001년 WTO에 가입하면서 미 상품 공급망을 자유롭게 확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고 중국 내 통상장벽을 비난했다.

미 행정부는 상무부 내에 ‘불공정 무역 대응팀(UTPT)’을 설치하는 한편 무역진흥 차관보와 제조업 차관보 직을 새로 만들어 공세적인 통상교섭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발표된 미 상반기 경상수지 적자 누계액이 사상 최대인 2773억7800만달러를 기록해 내년 대선을 앞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통상문제에 더 강경하게 대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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