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大-日 의대 古書분쟁

  • 입력 2003년 9월 15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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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옥스퍼드대 도서관에서 도난당한 16세기 해부학 고서(古書)의 소유권을 놓고 옥스퍼드대와 일본의 한 사립 의대가 분쟁을 벌이고 있다.

옥스퍼드대는 즉각 고서를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책을 소장하고 있는 일본의 이 대학은 제값을 치르고 구입했다는 이유로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15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1992∼1995년에 옥스퍼드대 도서관에 도둑이 들어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초판본을 비롯해 희귀 서적 74점을 훔쳤다.

범인은 95년 5월 체포됐지만 책들은 경매회사를 통해 이미 각국에 팔려나간 뒤였다. 옥스퍼드대는 책의 행방을 추적,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 73점을 회수했다. 범인이 서적 구입자에 매각대금을 반환해 옥스퍼드대는 추가 비용을 내지 않았다.

되찾지 못한 유일한 책은 1552년 벨기에의 해부학자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가 쓴 ‘인체의 구조에 대하여’. 해부학 분야의 고전으로 꼽히는 이 책은 미국의 고서점이 경매에서 7000파운드에 낙찰 받았다가 95년 봄 일본의 대학에 팔았다.

이를 알게 된 옥스퍼드대는 “대학의 명예가 걸린 문제이므로 도난 서적을 되찾게 해달라”며 일본 여론에 호소하고 있다. 옥스퍼드대는 책의 소장자가 일본의 한 사립 의대라는 것만 파악했을 뿐 어느 대학인지는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책을 보유 중인 대학의 학장은 “정당하게 구입했고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며 돌려줄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일본 민법은 장물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정당한 절차를 밟아 구입한 경우 전 주인이 도난당한 시점으로부터 2년간 반환을 요구하지 않으면 매입자가 소유권을 갖도록 돼 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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