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욱 교수 "일제때 親日-反日 엄격한 구분은 무리"

  • 입력 2003년 8월 31일 17시 25분


신기욱 교수 -박영대기자
신기욱 교수 -박영대기자
《미국 동아시아학계를 대표하는 학자들이 내한해 최신 연구동향과 쟁점을 발표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원장 제임스 팔레)은 저명학자들을 초청해 1∼26일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미국 동아시아학계 석학 초청 집중강좌’를 개최한다. 강좌에 참여하는 학자들은 팔레 원장(한국사)을 비롯해 엘리자베스 페리(하버드대·중국정치), 신기욱(스탠퍼드대·한국사회학), 켄트 가이(워싱턴대·중국청대사), 피터 듀스(스탠퍼드대·일본근현대사), 브루스 커밍스교수(시카고대·한국정치사). 학자들은 첫 번째 강의에서 자기 연구 분야의

최근 연구동향을 개괄적으로 소개하고, 두 번째 강의에서는 최근 자신의 관심 연구주제를 발표 토론한다. 스탠퍼드대 학생들과 함께 내한한 신기욱 교수를 만나 이번 강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강좌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가.

“작년 한국에 왔을 때 팔레 교수를 만나 초청받았다. 미국의 동아시아학계를 대표하는 학자들이 이렇게 한국에서 한자리에 모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기회에 전환기에 처한 동아시아학과 한국학에 관해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이번에 강좌를 개최하는 동아시아학술원이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의 산실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신 교수도 식민지 근대화론을 일부분 지지하고 있어 이번 강좌가 ‘식민지 근대화론’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학 연구자뿐 아니라 중국학 일본학 연구자들이 함께 참여하므로 그런 우려는 기우일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사회학자의 입장에서 근대가 갖는 진보성과 억압성의 양면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일제강점기에 친일 또는 반일로 구분될 수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그 시대를 살아가면서 근대를 맞았다. 일본이 근대화의 주체였느냐 아니냐 하는 데만 주목하면 중요한 사실들을 간과하게 된다. 당시에 식민지성과 근대성이 병존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번 강좌에서 이에 관한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미국 동아시아학에 최근 특별한 변화가 있는가.

“미국에서 동아시아학은 냉전의 산물로 연구돼 왔다. 냉전이 끝난 후 세계화의 시대에 동아시아학이라는 지역학은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세계화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동아시아학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두 지역의 동아시아학에서 접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동아시아학과 한국의 동아시아학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인가.

“미국에서의 동아시아학은 항상 다른 나라와의 비교사적 관점에서 연구된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한국 또는 동아시아의 특수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동아시아학 또는 한국학이 의미를 가지려면 지역학의 연구를 통해 세계에 보편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법칙성을 찾아내 이론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번에 참여하는 학자들도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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