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억원…뉴욕거래소 그라소회장 천문학적 퇴직금 논란

  • 입력 2003년 8월 28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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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NYSE) 리처드 그라소 회장(56·사진)이 퇴직적립금 등으로 모두 약 1억3900만달러(약 1600억원)를 받게 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1억3900만달러는 NYSE가 최근 3년 동안 벌어들인 총순익보다 많다. 모범을 보여줘야 할 NYSE의 기업지배구조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과 파이낸셜 타임스 등은 28일 NYSE 경영진의 보수를 결정하는 보상위원회가 금주 초 그라소 회장이 신청한 퇴직적립금 등의 지급을 승인하고 2007년까지 고용계약을 연장했다고 보도했다.

그라소 회장이 지급받을 보수는 △퇴직적립금(5160만달러) △성과급 적립금(4790만달러) △임원저축(4000만달러). 이와 별도로 그의 올해 연봉은 성과급 100만달러를 합쳐 240만달러로 책정됐다. 칼 매콜 NYSE 보상위원장은 “그라소 회장은 수년 동안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여줬다”며 “그는 거액을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주장했다.

1995년 회장에 취임한 그라소 회장은 35년 동안 NYSE에서 일해 왔지만 지난해 1000만달러 이상의 연봉을 챙긴 사실이 5월에 알려지면서 뉴욕 증권가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NYSE 회장직을 역임한 윌리엄 도널드슨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보상위 결정 소식을 듣고“내가 너무 일찍 (NYSE를) 떠났다”고 허탈해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또 델라웨어대의 찰스 엘슨 교수는 ‘엄청난 돈’이라고 놀라워했고 NYSE에 수백만달러를 수수료로 내고 있는 한 회사 관계자는 “속이 뒤집어진다”며 강력히 비난했다고 덧붙였다.

NYSE를 감독하는 SEC는 이번 NYSE 보상위의 결정을 면밀히 조사할 계획. NYSE 보상위는 다임러 크라이슬러나 비아콤 등 NYSE에 상장한 대기업 최고경영자들로 짜인 데다 최근 주식내부거래 혐의로 기소된 마샤 스튜어트 리빙옴니미디어 회장도 보상위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어 또다시 눈총을 사고 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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