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대통령 “미국이 라이베리아內戰 조장”

  • 입력 2003년 8월 11일 18시 59분


미국과 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 사임 압력을 받아온 찰스 테일러 라이베리아 대통령이 11일 대국민 고별 연설을 끝으로 퇴진했으며 모제스 블라 부통령(56)이 권력을 승계했다.

테일러 대통령은 사임 전날인 10일 녹음한 연설에서 “나는 미국으로부터 망명을 강요받았고 미국이 라이베리아 내전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나라를 사랑하기 때문에 퇴진한다”고 주장했다.

14년간 라이베리아를 내전 상태로 몰아넣은 군벌 출신의 테일러 대통령은 12일 나이지리아로 망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라이베리아로 돌아올 것”이라며 “반군들은 민주적 과정에 복종하라”고 촉구했다.

대통령 직을 승계할 블라 부통령은 테일러 대통령의 군사적 동지로 97년 그가 대통령이 된 후 3년간 리비아 주재 대사로 일하면서 리비아의 군사지원을 얻어내는 가교 역할을 하다가 2000년 부통령이 됐다. 그가 대통령직을 맡더라도 현 정권이 국토의 5분의 1만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름뿐인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회원국들과 반군들이 과도정부 수립 방안을 곧 확정할 예정이어서 그가 이끄는 정부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특히 양대 반군 세력 중 하나인 ‘화해와 민주주의를 위한 라이베리아연합(LURD)’은 블라 부통령의 대통령직 승계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몬로비아=AP AFP 연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