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쿠제 유해 스승 헤겔 곁으로…

  • 입력 2003년 7월 15일 23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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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서구 학생운동의 정신적 지주이자 프랑크푸르트학파의 거두였던 사회철학자 허버트 마르쿠제의 유해가 사후 24년 만에 고향인 독일 베를린으로 돌아간다. 그가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고향을 떠난 지 70년 만이다.

베를린시 당국은 그의 유해가 18일 정신적 스승인 변증법 철학자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의 묘 바로 옆으로 이장된다고 14일 발표했다.

1933년 스위스로 건너갔다가 이듬해 미국으로 망명한 마르쿠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를 지내던 1979년 서베를린 방문 중 심장발작으로 타계했다. 당시 마르쿠제의 부인은 “독일에서 너무 많은 유대인들이 재로 변했다”며 그의 장례식을 오스트리아에서 치른 뒤 유해를 미국 코네티컷주에 묻었다.

그러나 최근 마르쿠제의 손자이자 미 샌타바버라대 역사학과 교수인 해럴드가 이장을 결정했다. 해럴드 교수는 “나치로 인한 비극을 이제 끝내자는 뜻에서 이장키로 했다”며 “전형적인 독일 지식인이었던 할아버지가 영면할 곳은 고향 베를린”이라고 말했다.

마르쿠제는 1898년 부유한 유대계 가정에서 출생, 프라이부르크대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그는 테오도어 아도르노, 에리히 프롬 등과 함께 막스 호르크하이머가 1931년 프랑크푸르트대에 설립한 사회연구소에 참여, 뒷날 프랑크푸르트학파로 불리는 비판이론의 대열에 합류했다.

미국 망명 뒤에는 ‘이성과 혁명’ ‘1차원적 인간’ 등의 명저를 남겼으며, 60년대 학생운동으로 대표되는 신좌파의 정신적 지주가 됐다. ‘68혁명’ 당시 학생들이 내건 깃발의 ‘3M’은 마르크스 마오쩌둥(毛澤東) 마르쿠제였다.

파리=박재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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