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야외 오페라의 고향 伊 베로나를 찾아서

  • 입력 2003년 6월 23일 17시 56분


22일 베로나 원형극장에서 공연된 베르디의 걸작 '아이다'.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젋은 장군 라다메스와 포로로 잡힌 이디오피아의 공주 아이다 사이의 비련을 담고 있다.
22일 베로나 원형극장에서 공연된 베르디의 걸작 '아이다'.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젋은 장군 라다메스와 포로로 잡힌 이디오피아의 공주 아이다 사이의 비련을 담고 있다.

《아름다운 선율과 부담 없는 축제 분위기로 전세계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야외 오페라. 매년 여름이면 오스트리아의 브레겐츠,프랑스의 오랑쥬 등에서 열리는 야외 오페라가 수많은 음악팬과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그러나 오페라란 본디 왕족과 귀족들의

궁정이나 전문 극장에서 공연되도록 만들어진 장르. ‘야외 오페라’란 지난 세기 초반에 이르러서야 처음 탄생한, ‘젊은’ 공연형식이다.22일, ‘야외 오페라의 고향’으로 불리는 이탈리아 북부의 도시 베로나를 찾았다. 오늘날 이곳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포인트’는 두 가지.하나는 이 도시를 배경으로 쓰여진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이고, 다른 하나는 매년 여름 원형 경기장 ‘아레나(Arena di Verona)’에서 열리는 야외 오페라 축제다.》

기원후 1세기초에 만들어진 베로나 아레나는 원래 검투사들이 맹수와 싸우던 곳. 타원형의 긴 쪽 길이가 140m로 웬만한 현대의 축구경기장 못지 않은 규모다. 지어진 지 2000년이 가깝지만 여전히 끄떡없이 한번에 관객 2만을 수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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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베르디의 대표작 ‘아이다’가 공연됐다. 베로나의 야외 오페라 축제가 시작된 것이 1913년 베르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고, 첫 공연도 이날 상연된 작품 ‘아이다’였다.

베로나 원형경기장 (아레나) 앞은 매일 싼 입장료로 좋은 자리를 구하려는 관광객과 음악팬들로 초저녁부터 장사진을 이룬다.

축제는 1차대전과 2차대전 기간을 10년을 제외하고 매년 이어졌으며, 마침내 2차대전 이후 유럽과 세계 각지로 퍼져나간 ‘야외 오페라 붐’을 점화시켰다.

‘아레나’ 주변에는 오페라 입장 시간을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공연 시간은 오후 9시, 극장 입장 시간은 7시15분이었지만 줄은 5시가 조금 넘은 시각부터 시작됐다. 좌석이 따로 지정되지 않은 싼 티켓을 산 관람객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수고를 무릅쓰기 때문. 가장 비싼 티켓은 무대 바로 앞의 154유로 (22만원)짜리다.

이날 공연에서는 다니엘 오렌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소프라노 피오렌차 체돌린스와 테너 살바토레 리치트라가 각각 포로로 잡혀온 이디오피아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의 촉망받는 장수 라다메스 역으로 출연했다. 리치트라는 지난해 병으로 공연에 나오지 못한 파바로티의 대역으로 메트로폴리탄의 푸치니 ‘토스카’에 깜짝출연해 스타로 떠오른 테너. 촉망받는 샛별인 그의 목소리에는 온화함과 강건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이날 연출은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을 감독한 노장 연출가 프랑코 제피렐리가 맡았다. 그의 연출은 전체적으로 ‘아이다’ 특유의 웅장함을 한껏 전달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회전하는 황금색 피라미드를 중앙에 세우고 스핑크스를 양쪽으로 장식한 대형 무대에서 울려 퍼진 개선행진곡은 객석을 가득 메운 2만 관객을 열광속에 빠뜨렸다.

81회를 맞는 올해 베로나 야외 오페라 축제는 8월 31일까지 계속된다. ‘아이다’를 비롯해 ‘투란도트’ ‘카르멘’ 등이 번갈아 공연된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 주역으로 활동중인 소프라노 홍혜경씨도 7월부터 다섯 차례 ‘투란도트’의 비련의 시녀 ‘류’역으로 출연한다.

유럽의 대표적인 야외 오페라 축제 장소는 오스트리아의 호반도시 브레겐츠, 푸치니의 작업실이 있던 이탈리아의 토레 델 라고, 프랑스의 로마 유적지 오랑쥬와 아를 등. 미국 뉴욕에서도 여름마다 센트럴 파크에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주최의 야외 오페라가 열린다.

오페라 배경이 된 실제의 역사현장에서 열리는 야외공연도 80년대 이후 각광을 받고 있다. 87년 이집트 룩소에서는 역사적 ‘실제배경’을 무대로 한 베르디 ‘아이다’가 처음 공연돼 이집트 관광붐의 도화선이 됐다. 97년 중국 베이징 쯔진청(紫禁城)에서 열린 ‘베이징의 투란도트’ 공연도 CD DVD 등으로 발매되며 전세계의 사랑을 받았다. 이 공연을 계기로 올해 5월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장이머우 연출의 푸치니 ‘투란도트’는 관객 연인원 11만명 동원의 기록을 세웠다.

베로나=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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