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 작업에 앞장서온 이형근 목사는 “원래 소월 탄생 100주년인 지난해 발간을 목표로 작업을 시작했으나 번역의 어려움으로 늦어졌다”고 밝혔다. 삼일문화원은 2000년에도 이기백(李基白) 교수의 ‘한국사신론’을 러시아어로 번역해 내는 등 러시아에서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번에 나온 러시아어판 소월시선은 일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모스크바 고리키문학대의 김여춘(金麗春·75) 교수와 러시아 시인 에두아르드 발라쇼프가 1925년 나온 시집 ‘진달래꽃’에 실린 120편의 시를 러시아어로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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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출신의 김 교수는 러시아 유학 중이던 1956년 북한 당국의 귀국명령을 거부하고 러시아에 남아 고리키문학대 등에서 비교문학을 강의해왔다.
김 교수는 “소월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서와 미의식을 대표해 남북한에서 모두 인정받고 있는 드문 시인”이라며 “그동안 소월 시의 민족적인 특성만을 강조한 나머지 그를 세계문학의 맥락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고 평했다. 김 교수는 소월의 시와 러시아의 시성(詩聖) 알렉산데르 푸슈킨의 서정시를 비관적 인생관과 슬픈 서정, 세계고(世界苦·Weltschmerz) 등의 관점에서 비교하기도 했다.
소월시선 출간에 맞춰 5, 6일 모스크바에서 ‘러시아와 한국, 새로운 문학지형을 맞이하여’라는 주제의 학술대회도 열렸다.
이 자리에서 문학평론가인 서울대 조동일(趙東一) 교수와 연세대 유종호(柳宗鎬) 특임교수, 시인인 연세대 정현종(鄭玄宗) 교수, 노문학자인 한국외대 김현택(金炫澤) 교수, 재러 동포 소설가 아나톨리 김, 한국문학 전공의 모스크바대 이리나 카사트키나 교수 등 양국의 문학 연구자들이 한국문학과 러시아문학의 보편성과 문학의 미래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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