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韓人사장들 히스패닉계 직원관리 위해 '스페인語' 배워

  • 입력 2003년 5월 7일 18시 11분


“Deme una sopa de….”

손님들이 몰려들어 바쁜 점심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크리스털시티의 식당 주인인 재미 교포 김모씨가 히스패닉(중남미 출신 미국인) 주방장을 향해 주문받은 메뉴를 스페인말로 외치다 멈칫한다. ‘beef(소고기)’와 ‘vegetable(야채)’이 스페인어로 정확히 뭐더라? 일하다 말고 스페인어 사전을 찾는다.

이처럼 최근 미국의 식당 등 소규모 사업체의 주인들이 스페인어 공부에 열중하고 있으며, 특히 재미 한인 사장들의 스페인어 공부 열기가 뜨겁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6일 보도했다. 이는 고용시장의 대다수로 부상한 히스패닉 직원들을 원만히 통솔하고 관리하기 위한 것.

메릴랜드주 베세즈다에서 청소용역업체를 경영하면서 6개월째 스페인어 강좌에 다니고 있는 제임스 한씨는 “스페인어와 영어를 섞어서 직원들과 대화하니까 노사간에 이해심이 훨씬 높아진다”고 말했다. 히스패닉 직원들도 “사장이 우리 문화에 대한 존중심을 갖고 있음이 느껴지고 충성심과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만족하고 있다.

사장의 고국말을 배우고 싶어 하는 종업원들도 늘고 있다. 버지니아주 폴스처지에서 스파를 운영하는 이솔영씨는 “한국말을 배운 이웃 슈퍼마켓의 엘살바도르 출신 종업원과 대화할 때마다 그는 한국말로 말하고 싶어 하고 나는 스페인어를 연습하고 싶어서 옥신각신한다”며웃었다.

알링턴의 마케팅 회사 대표인 조지 네바레스는 이 같은 현상을 ‘미국의 변화’로까지 해석했다. 즉 ‘미국에 왔으면 오로지 영어를 쓰라’던 고자세에서 벗어나 ‘당신을 더 잘 알기 위해 당신의 언어를 먼저 배우겠다’는 적극적인 교류의 마음가짐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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