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재무장 개헌 안 된다

  • 입력 2003년 5월 5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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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집권 자민당 내 헌법조사회가 군의 재무장 인정을 골자로 하는 헌법개정 초안을 내놓은 것은 우려할 일이다. 이 초안은 일본 천황을 국가원수로 명기하고 히노마루와 기미가요를 각각 국기와 국가로 정식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또 총리에게 ‘국가비상사태 명령’을 발동할 권한을 주고 국민에게는 ‘국가를 방위할 의무’를 명문화하고 있어 마치 56년 전 ‘군국주의 일본’으로 되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일본의 우익세력은 이라크전쟁 및 북한 핵개발을 빌미로 국가안전보장을 위한 개헌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자위대의 역할을 제한하고 있는 현행 평화헌법으로는 북핵에 대처할 수 없다는 논리지만 한시적인 문제를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속셈이 다른 데 있음을 보여준다.

자민당이 앞장서고 있다지만 좌익계열 정당을 제외하고는 여야 가릴 것 없이 개헌 불가피론에 가담하고 있는 것도 심상치 않게 보인다. 물론 이러한 여론몰이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민 상당수가 과거 군국주의로의 회귀를 경계하고 있어 개헌안이 최종 국민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현행 평화헌법을 채택한 덕분에 국방비 부담없이 경제부흥을 이룰 수 있었던 일본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자 끊임없이 개헌을 통한 ‘군사대국’을 꿈꿔 왔다. 자민당이 당초 내년 말까지 헌법 개정안의 틀을 마련키로 했던 계획을 앞당겨 개정 초안을 마련한 것은 일본 내 우익세력의 급격한 확산을 반영하는 것으로 인접 국가의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은 반(反)역사적이다. 그들은 반세기가 지나도록 군국주의 일본이 저지른 죄과를 제대로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런 일본이 재무장하는 것은 당장 동북아 질서를 위협하고 한국 중국 등 주변국들의 무장 강화를 부를 뿐이다. 새로운 국제적 갈등요인을 만드는 것은 일본에도 결코 이롭지 않다. 일본은 ‘군국주의 회귀의 미몽(迷夢)’에서 깨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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