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공포' 중국 유학생-상사원 귀국 봇물

  • 입력 2003년 4월 22일 15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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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수도 베이징(北京)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위험 지역으로 분류하면서 귀국하는 유학생과 상사주재원 가족들이 줄을 잇는 등 교민 사회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사스 환자 발생으로 일부 학과가 휴강한 베이징대 석사과정의 김현우씨(27)는 "유학생 절반 이상이 한국의 부모들로부터 걱정하는 전화를 받고 귀국을 결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언어대학의 장선문씨(31)는 "학교측에서 학비의 일부를 되돌려주겠다고 밝혀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한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종전 사스 안전지대로 발표됐다가 21일 2명이 사망한 톈진(天津)의 유학생들도 크게 동요하고 있다. 톈진 중의대 박사과정의 이승준씨(30)는 "본과 및 석박사 과정 유학생들은 아직 결심을 못하고 있지만 어학 연수생들은 귀국 비행편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측도 21일부터 유학생 비상연락망을 가동해 학사일정에 특별한 지장이 없는 한 귀국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베이징지사측은 "21일 하루에만 이번 주 예약이 다 찼으며 22일에도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면서 "귀국 비행편을 예약한 유학생들이 1000여명 가량 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상사주재원 가족들의 귀국도 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 주말 가족 철수를 결정했으며 SK, LG, KT 등은 중국 본부장의 재량으로 직원 가족들이 철수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가족들을 한국으로 돌려보내는 상사주재원들도 늘고 있다.

한 기업체 간부는 "애들이 다니는 중국계 중학교가 학교에 나오지 않더라도 결석 처리를 않는다고 해서 회사 지시와는 별개로 가족들을 일단 귀국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사관측도 다른 나라 공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주중 미국대사관은 비(非)필수요원과 가족 철수 지시를 내렸으며, 일본대사관도 개인 자격의 비자 신청을 접수하지 않고 있다. 또 캐나다대사관은 직원의 50%가 재택 근무토록 하고 이민관련 업무를 잠정 중단했다.

한편 중국 위생부는 21일 현재 사스로 인한 사망자는 92명이고 감염자는 2001명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은 이날 현재 25명이 숨지고 482명이 감염된 것으로 밝혀져 20일 위생부 발표 당시보다 사망자는 7명, 감염자는 143명이 늘었다.

또 사스가 종전 유동인구가 많은 도시지역에서 산시(山西)성, 간쑤(甘肅)성, 지린(吉林)성, 랴오닝(遼寧)성,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신장(新疆)자치구 등 보건시설이 열악한 농촌지역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여 중국 위생당국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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