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교밴드 대변신 신세대 몰린다

  • 입력 2003년 4월 21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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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의 역사를 지닌 미국 애틀랜타 모로고교의 기악대(밴드)인 ‘마칭 무스탕(Marching Mustangs)’은 2년 전만 해도 신규 지원자가 부족해 회원 모집에 애를 먹었다. 행진 대열로 M자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인원을 간신히 채울 정도. 당시 관중들은 악기나 봉을 돌리는 등 기악대의 천편일률적인 공연을 외면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180도 변했다. 요즘은 기악대 지원자가 쇄도해 엄청난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비결은 신세대 기악대원들의 요구에 따라 시작된 대변신 덕분.

요즘 이 학교 기악대원들은 어깨를 으쓱대며 씩씩하게 행진하는 듯하다가 갑자기 악기를 내려놓고 재즈댄스 등 다양한 춤을 춘다. 선정적으로 엉덩이를 흔들고, 신나게 노래를 부른다. 한마디로 스스로 즐기는 것. 행진할 때는 무릎을 가슴 높이까지 올린다. 연주곡은 힙합 계열의 최신 유행곡 위주. 마이클 잭슨의 댄스곡도 단골 연주곡 중 하나다. 관중들의 반응도 뜨겁다. 기악대 공연을 보러 미식 축구장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마칭 무스탕의 사례처럼 미국 상당수 고교 기악대들이 ‘엄숙한 행진’을 멈추고 ‘즐기는 행진’으로 대변신을 하고 있다고 20일 전했다. 신세대 기악대를 위한 별도의 기악대 경연대회도 잇따라 열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악대연합회가 주최한 경연대회에서는 30여 고교 기악대가 ‘즐기는 행진’을 뽐냈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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