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크, 부시에 전화 '反戰앙금' 털어낼까

  • 입력 2003년 4월 16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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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 개시 여부를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어온 미국과 프랑스의 두 정상이 15일 전화로 대화함으로써 양국 관계가 회복될 것인지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대화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먼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성사됐다. 두 사람은 프랑스가 미국의 대(對)이라크 무력 사용 결의안 추진을 반대해 관계가 틀어지기 직전인 2월 7일 통화한 이후 두 달여 만에 다시 통화한 것이다. 시라크 대통령은 12일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직접 부시 대통령에게 먼저 ‘사과성 전화’를 건 셈이다.

두 정상은 이번 전쟁 전에는 상당한 친분을 과시했던 관계. 미국 유학 경험을 통해 미국에 우호적이었던 시라크 대통령은 평소 부시 대통령과 통화할 때 “포티원(41대 대통령인 아버지 부시를 지칭)에게 안부를 전해 달라”고 할 정도로 부시 일가와 가까웠다.

9·11테러 직후 가장 먼저 미국에 달려와 부시 대통령을 위로하고 연대의 뜻을 전한 것도 시라크 대통령이었다. 그런 만큼 최근의 미-프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었다.

시라크 대통령은 이날 20분간의 통화에서 “이라크 전후 문제에 관해 프랑스는 실용적인 접근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프랑스 대통령대변인이 밝혔다.

그러나 시라크 대통령은 이라크전쟁의 필요성에 대한 견해는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것. 다만 이라크 전후 처리에 유엔의 ‘중심적 역할’을 요구해온 종전 입장과는 달리 이날 통화에서는 “유엔이 ‘가능한 한 빨리’ 참가해야 한다”고만 말해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였다. 프랑스측은 이날 대화가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지만 백악관의 분위기는 달랐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긍정적인 대화였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부시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사무적인 대화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화가 갈등 해소를 시사하느냐”는 질문에도 “시라크 대통령이 ‘실용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만 답변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6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G8(서방선진 7개국과 러시아) 정상회담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유럽의 반전국들과 관계 회복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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