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 지도자 선발중” 파월, 유엔 ‘중심역할’ 일축

  • 입력 2003년 4월 11일 0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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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이라크 군정에 대한 미국의 구체적인 구상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미군이 바그다드를 장악한 직후인 9일 LA 타임스와 회견을 갖고 미국 주도의 군정 실시계획을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이 회견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8일 벨퍼스트 정상회담에서 유엔에 부여하기로 한 ‘중대한 역할(vital role)’의 실체도 밝혀졌다. 그는 러시아와 독일 프랑스가 요구한 전후 이라크에서 유엔의 ‘중심적 역할(central role)’을 일축했다.

“이라크를 해방시키기까지 이 모든 일을 해온 미영 연합군에 ‘매우 고맙다. 이제는 비켜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고 제안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들도 그것을 알고 있고 우리는 그렇게 말해주었다.”

파월 장관은 이같이 말하고 세찬 반대를 예상하지만 유엔안보리에 미영 연합군의 정당성을 인정하라는 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미 행정부 내에서 국제기구를 통한 국제문제 개입을 선호하는 거의 유일한 온건론자인 파월 장관의 이 같은 강경 발언은 향후 미국의 외교노선이 힘을 바탕으로 한 일방주의에 더욱 기울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는 “후세인의 몰락은 세계에서 치명적인 무기들을 생산하는 다른 전제주의 정권에 대한 강력한 신호”라면서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려 하고 테러를 지원하는 모든 국가들은 그렇게 하는 게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경고 대상으로 ‘시리아 이란 그 밖의 국가’를 언급했다. 그는 이 같은 경고가 반드시 군사적 행동 개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군이 이미 이라크의 정치체제 전환에 참여할 새 세대의 지도자들을 선발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부족 지역 종파로 분열돼 있는 이라크의 복잡한 상황을 감안해 “망명인사와 체류인사간에 권력을 어떻게 나누고 얼마나 많은 쿠르드족, 수니파, 시아파 인사들이 과도정부에 참여할지에 대해서는 미국도 아직 해답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종적으로 과도정부의 구성은 이라크인들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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