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爭]탈출행렬 10㎞…군인-관리도 끼어들어

  • 입력 2003년 4월 6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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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전격적인 ‘치고 빠지기’ 작전이 실행된 5일 미 탱크들이 지나간 바그다드 외곽 도로와 주변 곳곳에는 불타는 이라크 탱크와 트럭들의 잔해, 전복된 대공포 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야르무크 병원 정문에는 창문이 산산조각 나고 핏자국이 선명한 택시 한 대가 널브러져 있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전했다.

미군이 철수한 뒤 시내 곳곳에서는 이라크 병사들과 민병대가 탱크와 포 등을 동원해 도심 간선도로를 차단하고 참호를 파는 등 본격적인 시가전 준비에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AP통신은 이들이 칼리슈니코프 소총과 다연발 로켓포, 박격포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친위 무장조직인 페다인 민병대원들이 고유의 검은색 옷을 입고 개전 후 처음으로 시내 중심가에 나타나 여러 방어진지에 포진했다. 붉은 삼각 휘장이 부착된 공화국수비대 제복 차림의 병사들도 눈에 띄었다.

주유소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차량들이 길게 이어졌고, 유명한 쇼리아 시장에서는 배터리와 손전등이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이처럼 전운이 짙게 감돈 서부 지역과 달리 동부 지역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거의 모든 상점들은 셔터를 내렸고, 알아랍 시장과 알가자이 시장도 텅 비었다.

이라크 국영방송은 오전에 정규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항전을 독려하는 음악을 한동안 내보냈고 충성을 다짐하는 민간인 인터뷰를 잇달아 방영했다.

이런 가운데 수만명의 바그다드 시민이 도시를 탈출, 북부와 서부로 피란길에 올랐다. 41도의 폭염 속에 이어진 피란 행렬에는 이라크군 병사들과 군 트럭들도 있었으며 집기와 이부자리, 냄비 등을 가득 실은 차량 행렬이 10㎞ 가까이 꼬리를 물고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집권 바트당원들과 이라크 관리들이 서부 요르단과 북서부 시리아로 향하는 민간인 차량행렬에 슬쩍 끼어드는 모습도 목격됐다고 CNN은 전했다.

이날 저녁 어둠이 밀려오기 시작하면서 바그다드 시내는 정적과 긴장이 가득한 ‘유령의 도시’가 됐다.

가끔씩 전투기가 저공 비행하는 소리가 들리면 어김없이 고막을 찢는 거대한 폭발음이 뒤따랐으나 이라크군의 대공포 소리는 울리지 않았다.

한동안 정적에 잠겨 있던 바그다드는 6일 오전 5시경 시 남쪽에서 들려오는 연쇄 폭발소리에 깨어났다. 방송에서는 “이날부터 오후 6시∼오전 6시에 바그다드를 벗어나는 여행을 금지한다”는 정부의 지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외신 종합 연합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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