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爭]美언론 장기전 우려 "연합군 최대의 敵은 시간"

  • 입력 2003년 3월 31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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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군이 예상보다 강하게 저항하자 연합군의 바그다드 진격이 주춤하고 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연합군. 그래서 ‘연합군의 최대의 적은 시간’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전쟁 장기론뿐 아니라 ‘실패론’까지 등장하면서 미국의 초기 전략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바그다드 진격에는 지상군 10만명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4월 중순까진 어려우리라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예측. 일반인들도 장기전을 점치는 의견이 많다. 지난달 30일 타임-CNN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6%가 전쟁이 4개월∼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본 반면 1∼3개월은 32%, 4주 내에 끝날 것이라는 의견은 13%에 그쳤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신호(7일자)에서 이번 전략에서 미국이 3가지의 잘못된 가정을 했다고 짚었다. 미국은 △이라크군의 저항이 거의 없을 것이고 △이라크 국민들이 미군을 환영할 것이며 △미군은 모든 우발적 사고를 감안해 전략을 짰다고 했지만 모두 빗나갔다는 것.

USA투데이도 “미국의 고위 정보관리가 ‘우리는 그들의 완강함을 오판했고 그들이 미국에 대한 증오에서 얻는 힘을 과소평가한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31일 전했다. 이 신문은 또 “미국이 지난 3개월간 이라크 지도자들에게 전쟁이 나면 항복하도록 설득한 것도 별 효과가 없었다”며 “이는 미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의 오판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미 공화당 지도부 일각에서도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이번 전쟁의 핵심 입안자들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31일 인터넷판에서 전했다.

일부 군사학자들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패배’를 점치기도 한다. 호주 국립대(ANU) 전략국방연구소의 데스 볼 교수는 “이번 전쟁이 이슬람 테러조직을 오히려 강화시킬 것”이라며 “세계가 더 큰 위협에 처한다는 의미에서 연합군은 패배에 직면해 있다”고 31일 주장했다. 러시아 군사평론가 세르게이 스트로칸도 이날 일간 코메르산트지에 쓴 기고문에서 “부시 대통령은 개전 직후 바그다드를 점령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부시 행정부가 오히려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미 국방부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 제거 계획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알려진 리처드 펄 국방정책위원은 C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이 지금까지 나타난 것보다 쉬워질 것이며 6주가 걸린 91년 걸프전보다 짧아질 수 있다”고 ‘단기론’을 펴기도 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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