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쿠르드族…"88년 생화학 공격 악몽 재연되나" 긴장

  • 입력 2003년 3월 14일 1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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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북부 지역에 살고 있는 쿠르드족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이라크전쟁이 발발하면 1988년처럼 이라크 정부의 생화학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들은 국제사회로부터 방독면 등 생명을 보호할 만한 아무런 도구조차 지원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2일 시시각각 다가오는 위험에 노출돼 있는 쿠르드족의 딱한 처지를 현지 관계자의 목소리를 통해 보도했다. 다음은 요약.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자치구인 도후크 지방 보건국 국장인 압둘 사이드 박사는 오늘도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언제 어떻게 몰아닥칠지 모르는 생화학 공격에 대비해 이 지역 81만여 쿠르드족 주민들에게 화생방훈련을 시켜야 하지만 필수품인 방독면과 방독의 등 장비를 그 어느 곳에서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국제 지원단체들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들에 대한 화생방훈련 장비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이 지역 쿠르드족 주민 모두가 아직은 이라크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이라크 국민’이라는 신분이기 때문.

이라크 북부에 자리잡은 쿠르드족 자치지역은 미국이 걸프전 이후 설정한 비행금지구역에 포함돼 이라크군의 침범 위협으로부터 벗어났지만 악몽과도 같은 생화학 위협으로부터는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쟁이 발발하면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이들을 볼모로 삼아 생화학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쿠르드족 출신으로 11세 때 가족을 따라 이란에 망명했다 다시 의사가 돼 고향으로 돌아온 사이드 박사는자신과 가족은 끝까지 남아 다른 주민들과 운명을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만을 바라보고 있는 주민들을 놔두고 어떻게 떠날 수 있습니까. 이곳 주민들이 공포에 이성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해 태연하게 행동하고 있지만 매일 초조함에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수십만 쿠르드족을 지키기에는 힘이 너무나 미약한 그의 절규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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