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核개발계획 포기하면 美과감한 지원조치 검토"

  • 입력 2003년 1월 15일 0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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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4일 “북한이 핵무기 개발계획을 포기한다면 북한에 식량과 에너지를 지원하는 ‘과감한 조치’의 재개를 검토할 것”이라고 조건부 지원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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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원하며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기를 원한다는 두가지 메시지를 북한에 분명히 전하기 위해 주변국들과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그렇게 선택한다면 식량과 에너지 원조를 포함하는 과감한 조치를 취하는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식량과 에너지 원조를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부시 미국 행정부가 북한핵 문제에 대해 93, 94년 핵위기 때처럼 북-미 양자간 협상으로 풀지 않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같은 국제기구나 국제 연대 차원에서 북한과 새로운 협상의 틀을 마련하는 다자간 해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부시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13일 서울 중구 정동 주한 미 대사관저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측 대미 특사단 및 외교 전문가들과 만찬을 하면서 이 같은 부시 행정부의 구상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켈리 특사는 “북한핵 문제를 94년 제네바 기본합의처럼 북-미 양자 협상으로 풀면 합의의 구속력이 매우 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현 상황이 입증하고 있다”며 “북한이 많은 국가를 상대로 협상을 하는 다자간 접근(approach)을 해야 (북한이) 약속을 함부로 깰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어 켈리 특사는 ‘처음 속을 때는 속인 사람이 잘못이지만 두 번째 속으면 속는 사람이 잘못’이란 서양 속담을 인용하면서 북한이 원하는 북-미 양자 협상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켈리 특사는 “미국은 조만간 북한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상정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해 1차적인 다자 해법으로 유엔 안보리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는 핵물질 생산만 막았을 뿐 생산능력은 고스란히 남겨뒀다”면서 “이제는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며 기존의 합의 틀(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로 되돌아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14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한편 노 당선자의 대미 특사인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은 14일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13일 켈리 특사와 별도로 만난 자리에서 켈리 특사가 노 당선자의 ‘3월 중 방미’를 요청했다”며 “내가 미국에 가면 일정이나 의제 등이 좀 더 구체적으로 협의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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