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 달라졌네”…금식-기도기간 카드-선물 붐

  • 입력 2002년 12월 5일 17시 54분


전 세계 16억 이슬람 신도들의 성스러운 축제인 라마단은 고요히 신의 뜻을 되새기고 교리에 대해 공부하는 금식과 기도의 기간. 그러나 최근 중동의 서구화된 대도시에서는 라마단이 크리스마스와 같은 축제의 기간으로 바뀌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4일 전했다.

이슬람력(曆)으로 9번째 달인 라마단은 지역에 따라 지난달 6일 또는 7일 시작돼 4일 끝났다. 이슬람 교도들은 5일부터 사흘간 명절 연휴에 들어갔다.

요르단의 수도인 암만 서부 쇼핑가에는 반짝이전구 등 라마단 장식용품이 진열돼 있다. 장난감 매장을 운영하는 모하메드 알살라티는 이슬람교를 상징하는 초승달 모양으로 만든 오색전구를 개발해 크게 재미를 봤다.

크리스마스카드처럼 젊은이들은 라마단카드에 따뜻한 메시지를 담아 주고받는다.

전통적으로 가족끼리 집에 모여 조용하게 저녁 시간을 보내던 것과 달리 호텔과 레스토랑에는 파티 예약이 이어진다. 이슬람교에서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술이 없다는 점만 빼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서구의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슬람교는 라마단 기간의 저녁 시간대에 가족이 아닌 남성과 여성이 함께 있는 것을 금지하지만, 도시인들은 교리를 적용하는 데 유연성을 보이기도 한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아지즈 타민은 “나는 종교가 가르치는 대로 해지기 전에 금식하고 5번 기도를 했다”며 “이제 라마단 장식이 된 시내의 카페에서 친구들과 저녁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과 레스토랑은 ‘라마단실’을 꾸며 손님을 끈다. 해가 진 후 디저트와 음료가 뷔페식으로 차려진 ‘라마단실’에 가족 친지들이나 친구들끼리 모여 선물을 주고받으며 가벼운 파티를 즐긴다. 기업들은 호텔, 레스토랑과 제휴해 향수 비누 의류 등을 사은품으로 내놓기도 한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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