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조리사… 스시바… 고급레스토랑 같은 美대학식당

  • 입력 2002년 11월 10일 18시 08분



‘연어를 곁들인 붉은 고추 양념 리조토’와 ‘저민 등심살로 만든 그릴 스테이크’ 중 무엇을 먹을까. 미국 시카고대 2학년생인 제롬 긴스트는 식사 때마다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대학식당 하면 으레 정체불명의 고깃덩이가 떠오르는 것은 이제 옛말. 지금은 일급호텔 수준으로 탈바꿈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 주방장들과 함께 15개 미국 주요 대학식당의 질을 조사한 후 등급을 매겨 8일 발표했다. 1위는 예일대, ‘꼴찌’는 UC버클리.

WSJ는 “학생 모셔오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학마다 응석받이 세대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식당에 대대적인 재투자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꼴찌인 UC버클리도 내년 1월 3500만달러를 들인 새 식당을 선보인다.

대학들은 유명 조리사를 영입하고, 호텔 뷔페 식당 같은 ‘스시바’, 구운 고기를 즉석에서 잘라주는 ‘카빙 로스트’, 주문대로 소스를 만들어 주는 파스타 코너 등도 마련하고 있다.

라이스대의 식당 관리자 마크 디트먼은 “최근 2개의 대형 주방과 5개의 식당에 3100만달러를 투자했다”며 “전체 대학식당의 시장규모가 미국인들의 연간 외식규모에 맞먹는 90억달러에 이른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투자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남캘리포니아대가 3500만달러를 들여 식당을 데이트를 해도 좋을 만큼 개조하자 학교 밖에서 식사하는 학생수가 크게 줄었다.

건물이나 인테리어를 제외한 식자재 및 조리비만 해도 5년 전에 비해 17%나 늘었다. 예일대는 내년부터 100% 유기농 식자재를 쓸 예정. 애틀랜틱칼리지도 대학이 소유한 농장에서 유기농산물을 들여오고 채식주의자용 메뉴도 따로 준비한다. 이 학교는 탄산음료는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콜라는 없다.

물론 가격도 크게 뛰었다. 고르는 음식별로 무게를 달아 돈을 내는 경우, 한 끼 식사가 20달러(약 2만5000원)나 되기도 한다. 학생들은 식비를 아끼기 위해 으깬 감자 속에 베이컨을 숨기는 등 아이디어를 짜내기도 한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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