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나는 일엽편주˝

  • 입력 2002년 10월 25일 16시 53분


미국을 방문중인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겸 총서기가 24일 당시(唐詩)를 인용해 속내를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날 텍사스주 휴스턴시 주최로 열린 환영 만찬에 조지 부시 전대통령과 나란히 참석, 이백(李白)의 시 '아침 일찍 백제성을 떠나며(早發白帝城)'를 읊은 것. 장 주석은 평소 고전을 인용해 각종 정치 현안과 관련한 속마음을 드러내곤 했다.

이날 인용한 시는 '양쪽 해안가에는 원숭이 울음 소리 그치지 않는데 일엽편주는 이미 첩첩산중을 지나고 있구나(兩岸猿聲啼不住, 扁舟已過萬重山)'라는 시구로 중-미 관계와 그의 처지를 넌지시 드러냈다.

양안의 원숭이 울음 소리는 이라크, 대만, 북한 핵문제 등 중-미의 외곽에 산적한 현안을, 일엽편주는 현안 해결을 위해 미국을 찾은 그 자신의 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임기중 사실상 마지막 미국 방문길로 보이는 이번 일정에서 장주석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으로 상당한 성과를 올릴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여왔다. 그러나 자신을 첩첩산중을 지나는 일엽편주로 표현한 데서 그의 심적 부담도 상당함을 드러낸 곳으로 보인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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