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2번째 저격사건 1명 중상 …‘무차별 저격 공포’ 美전역 확산

  • 입력 2002년 10월 20일 18시 45분


미국 경찰이 버지니아주 스탠퍼드의 한 주유소에서 흰색 밴을 타고 가던 한 남자를 바닥에 누인 채 수갑을 채워 체포하고 있다. - 스탠퍼드(미 버지니아주)로이터연합
미국 경찰이 버지니아주 스탠퍼드의 한 주유소에서 흰색 밴을 타고 가던 한 남자를 바닥에 누인 채 수갑을 채워 체포하고 있다. - 스탠퍼드(미 버지니아주)로이터연합
이달 들어 11차례나 발생한 연쇄 저격사건으로 워싱턴 일대가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19일 버지니아주 애슐랜드에서 한 남자가 저격범의 총에 맞아 중상을 입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 공포감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피해자(37)는 이 지역 식당 주차장에서 총을 맞은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에 지장이 있는 정도는 아니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사건 개요〓애슐랜드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는 19일 오후 8시경 부인과 함께 식당에서 나와 승용차를 타러 가다 복부에 총을 맞았다. 그러나 이 사건이 그동안의 연쇄 저격 살인사건과 관련이 있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피해자는 버지니아 주민이 아닌 외지인으로, 여행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20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주요 고속도로 인근에서 발생했으며 피해자가 총탄을 단 한발만 맞은 점, 범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점 등이 이전의 저격 사건들과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이번 저격이 동일범의 소행일 경우 11번째 저격이 있었던 14일 이후 닷새만에 발생한 사건이 된다. 이는 범인이 가장 오랜 기간 잠잠해 있었다는 의미. 또 연쇄 저격사건 중 주말에 일어난 것으로는 첫 번째다.

애슐랜드는 워싱턴에서 남쪽으로 약 145㎞ 떨어진 곳으로 그동안의 사건 중 워싱턴에서 가장 먼 지점이다.

▽경찰 수사〓워싱턴 메릴랜드 버지니아 등지의 경찰은 주요 도로를 통제하고 검문검색을 벌였지만 혐의가 있는 사람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애슐랜드 경찰은 또 “18일 한 트럭 임대 회사에서 발견된 탄피가 이전에 발견된 것과 같은 종류인지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탄피는 이날 회사에 반납된 흰색 트럭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연쇄 저격사건에서 발견된 0.223구경 탄피와 달리 이번 범행에 사용된 것은 0.3구경 탄피인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결과는 월요일쯤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견된 11개의 탄피 중 9개는 0.223구경이었으며 나머지 2개는 심하게 손상돼 판별할 수 없었다.

▽알 카에다 소행?〓한편 연쇄 저격범이 이슬람 테러 단체 알 카에다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BC방송은 18일 미 연방수사국(FBI)이 지난주 한 테러범으로부터 “알 카에다가 저격조를 구성해 훈련시키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파리 주재 미 대사관을 폭파하려던 혐의로 체포된 이 테러리스트는 수사관들에게 “알 카에다가 미국에서의 공격을 위해 3인조 저격조를 구성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FBI는 이 보도에 대한 공식적인 확인을 거부했으며 아직까지 저격범이 알 카에다와 연계됐다는 뚜렷한 증거는 없는 상태다.

그러나 미 국토안보국 톰 리지 국장은 18일 “워싱턴 전체가 공포에 떨게 되는 등 명백히 테러의 효과를 내고 있어 테러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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