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결의안 국제사회 반응]러시아 "필요하다면 채택 고려"

  • 입력 2002년 10월 3일 19시 13분


미국이 강경한 유엔안보리 결의안을 마련하는 등 연일 ‘이라크 밀어붙이기’를 계속하는 데 대해 국제사회의 여론이 두 갈래로 나뉘고 있다.

새 안보리 결의안을 밀어붙이는 미국 영국과 이에 반대하는 프랑스 독일 중국 등은 3일부터 본격적인 ‘힘 겨루기’에 들어갔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은 3일 파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상임이사국의 분열〓유엔안보리 결의안의 채택 여부는 거부권을 갖고 있는 5대 상임이사국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임이사국 내에서는 미국과 영국의 새 결의안 관철 노력을 프랑스 중국 러시아가 저지하는 형국이다. 이들 세 나라는 먼저 이라크에 대한 유엔무기사찰을 재개하고 사찰 결과가 나온 뒤 새 결의안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프랑스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별도의 결의안을 마련해 3일 안보리에 상정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2일 “유엔과 이라크의 무기사찰 재개 합의는 새롭고 긍정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다만 러시아는 유엔-이라크 합의에 따라 무기사찰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필요하다면 새 유엔 결의안 채택도 고려할 수 있다”며 다소 유동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분명한 것은 상임이사국들에 거부권을 인정하는 안보리시스템으로 볼 때 유엔과 이라크의 합의대로 빠르면 2주 내에 이라크 무기사찰이 재개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독일-프랑스 정상회담〓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2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슈뢰더 총리 재선 열흘 만에 만찬을겸한비공식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이 끝난 뒤 시라크 대통령은 “우리는 군사개입을 전제로 한 유엔결의안에 전적으로 반대한다”고 강조해 미국측 결의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이어 그는 “(이라크 사태에 대한) 프랑스와 독일의 접근법은 근본적으로 같다”고 말했다.

슈뢰더 총리는 “(이라크에 대한 군사개입을 무조건 반대하는) 독일의 자세에는 변함이 없다”며 “프랑스가 이해해주는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은 독일 총선 과정에서 ‘대(對)이라크전 반대’ 목소리를 높여 미국을 자극한 슈뢰더 총리가 시라크 대통령에게 독-미관계 개선을 위한 중재를 요청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관측됐으나 미국이 새 결의안을 밀어붙이면서 기류가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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