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대통령-伊총리 대 이라크 정책 설전

  • 입력 2002년 9월 24일 18시 28분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미국의 대(對) 이라크 정책을 놓고 23일 한판 격론을 벌였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시라크 대통령은 이날 제4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마지막 일정에서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 행동을 비난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자”고 제의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어떤 결정이 필요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만이 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게 그의 요지. “만일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라크를 선제 공격할 경우 9·11 테러 이후 구축된 국제적인 반(反)테러 연대가 깨지는 것은 물론 중동과 아랍권 전체가 군사적, 정치적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즉각 반박, 유럽권의 또다른 시각차를 대변했다. “동맹국들은 9·11 테러를 겪은 미국의 정서를 좀 더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라크가 무기사찰 재개를 허용하지 않을 경우 동맹국들이 미국의 군사행동을 분명히 지지한다는 내용을 새 결의안에 명시해야 한다”고 맞받은 것.

시라크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고 “초강대국이 세계를 좌지우지하도록 놓아두면 위험하다”고 다시 경고했다.

토론이 가열되자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가 중재에 나서 겨우 수습했다. 결국 이날 공동 성명은 미국의 일방적 행동을 비난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채 “어떠한 군사적 행동도 유엔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선에서 마무리됐다고 AFP는 전했다.

한편 이날 폐막식에서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는 아시아와 유럽의 문화 교류 차원에서 양 대륙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 축구대회 ‘ASEM 게임’을 창설하자고 22일 제안했다고 DPA 통신이 보도했다.

라스무센 총리는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한 2002년 월드컵의 성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하면서 “ASEM 회의에 참석한 정상 가운데 상당수가 ASEM 게임 창설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외신종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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