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그후 1년 (7)]자카임 美국방차관에 듣는다

  • 입력 2002년 9월 6일 18시 08분


도브 자카임 미국 국방부 차관(사진)은 4일 9·11테러 1주년을 앞두고 동아일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미국의 입장과 의지를 소상히 밝혔다. 다음은 국방부의 자카임 차관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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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후 전개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을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 1년간 우리는 대단한 진전을 이룩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과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던 탈레반 정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국민은 과거 수십년 동안 볼 수 없었던 민권과 자유를 누리게 됐다.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테러와의 전쟁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의 생사를 아직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데….

“제2차 세계대전 때 우리는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를 끝내 잡지 못했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지만 그의 시신을 찾지는 못했다. 빈 라덴은 아프가니스탄 토라보라 지역에 대한 미국의 폭격과정에서 숨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가 살아 있다고 하더라도 이젠 죽은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그는 더 이상 테러리스트들의 무기인 선전전을 펼칠 수 없고, 그가 이끌던 알 카에다 조직도 붕괴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 이라크 공격에 대해 유럽 및 이슬람 국가들이 반대하고 있는데….

“일부 국가는 다소 미온적이긴 하다. 그러나 걸프전쟁(91년) 때도 러시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들은 미국이 대이라크 군사작전에 돌입하기 전날까지도 이라크와 대화했으나 일단 전쟁이 벌어진 뒤에는 우리를 지지했다. 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는 날이 오면 걸프전 때와 같은 국제적 지지를 확보할 것으로 낙관한다.”

-이라크가 유엔 무기사찰단의 재입국을 허용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만일 사담 후세인이 내일이라도 유엔 사찰단의 입국을 허용해 이들이 자유롭게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사찰하고 이를 파기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후세인이 그동안 보여온 행적에 비춰보면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중동지역 등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수출 등에 대해선….

“대단히 우려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확산하며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북한이 진정으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고자 한다면 현재의 행태를 바꿔야만 한다.”

-테러와의 전쟁에 소요되는 비용이 부담스럽진 않은지.

“전쟁은 돈만이 아니라 희생이기도 하다. 우리는 미국인들에게 부과되는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포함해 큰 희생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국방에 쓰는 비용은 현 상황에서도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지 않는다. 강력한 미국 경제 덕분에 우리는 적자를 내는 일 없이 관련 예산을 유지할 수 있다.”

-미군의 제한된 자원을 고려할 때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동시에 군사활동을 벌이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우리는 두 곳 또는 그 이상의 전장에서 동시에 싸울 수도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이라크의 후세인과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중 어느 한쪽이 전쟁을 벌이는 동안 다른 한쪽은 도발하지 않기로 약속이라도 할 것 같은가. 오히려 그 반대일 것이다. 우리는 후세인을 억제하는 한편 김정일도 억제해야 한다.”

-추가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선….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1년 전에 비하면 현저히 낮아졌다. 과거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폭탄 테러처럼 개인의 돌발적 테러는 앞으로도 있겠지만 조직적 테러는 근절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테러를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테러에 맞서 적극적으로 계속 싸워야 한다. 방어에 그치지 말고 테러리스트들을 공격해야 한다. 경계도 강화하고 미국과 동맹국들이 테러리스트들의 은행계좌 및 자금이체를 동결하며 테러에 관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9·11 이후 미국민 사이에선 애국심이 고조됐는데 실제 군복무 자원자가 늘었나.

“지금 정확한 수를 알고 있지 않지만 군의 신병 충원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 현역 군인들 가운데서도 복무를 연장한 경우가 많다. 전체적으로 볼 때 군뿐만 아니라 공직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과 지원이 크게 늘었다. ”

-테러와의 전쟁으로 민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정부가 국가안보를 위해 취하고 있는 조치들을 크게 불편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나는 최근 상황이 미국인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고는 보지 않는다. 예를 들어 많은 국가들이 주민 관리를 위해 전국적인 신분증 제도를 갖고 있지만 미국엔 아직도 전국적인 신분증이 없다. 미국인들은 안보문제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조치에 큰 불평을 하지 않는다.”

-부시 행정부의 미사일 방어체제 조기 구축은 테러와의 전쟁과 관련 있는 것인가.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라크 이란 북한 등의 잠재적인 미사일 위협을 우려해 왔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민간인 시절이던 98년 북한의 미사일 위협 등에 관해 이른바 럼즈펠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 직후 실제로 북한은 일본 상공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우리는 이제 이같은 위험에 더해 특정 국가가 테러리스트들에게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을 위협하는 미사일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위험을 걱정하게 됐다. 9·11은 테러리스트들이 되도록 많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따라서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은 9·11 이후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 셈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자카임 차관은…▼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지 W 부시 후보의 외교고문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부시 행정부 출범과 함께 국방부 차관으로 발탁돼 예산회계 분야를 관장하고 있다.

컬럼비아대를 거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딴 뒤 민간 부문과 국방부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85∼87년 국방부 부차관으로 조달 및 전략계획 수립을 주도했다.

모교인 컬럼비아대 등에서 교수생활을 했으며 정치 군사 경제 분야의 컨설팅 회사에서 회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탈냉전 시대의 의회와 국가 안보’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9·11후 각국 국방비 갈수록 증액▼

“평화배당금(Peace Dividend)이 줄어들게 됐다.”

9·11테러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가 국방 및 안보를 위해 돈을 많이 투입하고 있는 데 대해 많은 경제학자와 경제연구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말이다.

평화배당금은 실제 돈은 아니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등을 계기로 세계 냉전이 끝난 뒤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군사대국들이 군사비로 지출할 돈을 생산적인 곳에 쓸 수 있게 돼 세계인이 받게 된 혜택을 의미한다.

우선 테러 피해 당사자인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과 ‘조국안보’에 많은 돈을 들였다. 전쟁까지 하는 마당에 돈을 따질 일이 아니었고 위협받는 안전 앞에 비용 걱정은 뒤로 미뤄졌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비용을 따로 계산하기가 쉽지 않지만 한 달에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 들었다고 미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미 국방부 관리는 “국내 사용분을 포함해 한 달 평균 18억달러”라고 2월 밝힌 바 있다.

작년 12월 미 의회는 행정부에 테러와의 전쟁비용 200억달러를 내줬다. 2003회계연도(2002년 10월∼2003년 9월) 국방예산은 전년 3360억달러보다 10% 가까이 늘어난 3680억달러. 이와 별도로 전쟁 양상을 봐가며 쓸 수 있는 예비비 100억달러가 있다. 조국안보 예산은 전년 195억달러에서 배 가까이 불어 377억달러가 됐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이코노미스트 빈센트 코언은 ‘테러리즘의 경제적 영향’이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경우 1980년대 중반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6%까지 가던 방위비가 2000년엔 3%까지 떨어졌으나 이제 4%에 육박해 1990년대 중반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캐나다가 GDP의 0.7%가 소요되는 테러와의 전쟁 5개년 계획을 시작했으며 독일은 GDP의 0.1%에 해당하는 테러 대응 예산을 책정하는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너도나도 방위비를 증액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LA타임스는 “향후 10년간 방위 관련 비용이 6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내년 조국안보 예산이 ‘일단 급한 돈’이라고 하는 걸 보면 비용이 부쩍 늘어날 게 뻔하다”고 3일 전했다.

방위비를 증액해 정부가 뭉칫돈을 풀면 당장은 경기를 띄우는 효과를 낳는다. 그러나 더 생산적인 곳에 돈을 쓰지 못하므로 장기적으로는 경제 성장력을 갉아먹는다고 학자들은 지적한다. 그 분기점을 보통 3년으로 본다.

정부만이 아니다. 항공업계의 경우 매년 13%가량 증가하던 안보 관련 비용이 2005년까지 매년 27% 늘어나게 됐다고 프리도니아 그룹 연구소가 추정했다. 미국 1위 화물운송회사인 옐로는 ‘9·11’ 이후 운전자와 화주(貨主)의 신원을 더욱 철저히 확인하고 있다. 일반 기업들도 자체 방위에 신경을 더 쓴다. 담을 더 높이 둘러치고 감시카메라를 달고 경비원 수를 늘린다. 이런 데 쓰는 돈은 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지 못한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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