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10월 총선 앞두고 무샤라프-부토 권력암투

  • 입력 2002년 8월 16일 17시 51분


《페르베즈 무샤라프 현 파키스탄 대통령과 망명 중인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10월 총선을 앞두고 숨가쁜 권력 암투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무샤라프 대통령은 부토 전 총리의 총선 출마를 금지하는 법령을 통과시켜 부토 전 총리의 재집권을 막기 위한 ‘선제 공격’에 나섰다. 그러자 런던에 망명 중인 부토 전 총리는 총리가 될 수 없다면 대리통치 체제를 구축하겠다며 9월 중 정계 복귀를 위해 귀국을 서두르고 있다.》

▽무샤라프의 장기집권 야심〓3년 전 쿠데타를 통해 집권에 성공한 무샤라프 대통령은 지난달 ‘두번 이상 총리를 지냈거나 범법 경력이 있는 사람은 다시 공직에 취임할 수 없다’는 내용의 법령을 통과시켰다. 이는 88∼90년, 93∼96년 두 차례 총리를 역임했으며 부패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부토 전 총리의 재집권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조치이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법령 제정에 그치지 않고 총리 임명·해임권, 의회 해산권, 국가안보위원회 설치 등 대통령 권한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헌법 개정까지 노리고 있으며 4월에는 부정선거 시비로 얼룩진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직을 5년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잇단 집권연장 조치를 내놓자 영연방 국가들의 연합체인 ‘브리티시 커먼웰스’는 8일 파키스탄을 회원국에서 제명시키기로 결정했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무샤라프 대통령이 이처럼 초강수를 두고 있는 것은 그가 지난해 미국의 대(對)테러 전쟁을 지원하면서 국제적인 지도자로 부상한 것과는 달리 파키스탄 국내에서는 지지도가 급락하고 있기 때문. 이슬람 신도가 90%를 넘는 파키스탄에서 이슬람 지도자들을 감금시키면서까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지원한 것에 대해 국민은 ‘무샤라프(Musharraf)는 부샤라프(Busharraf)’라고 힐난하고 있다.

▽부토의 높은 지지율〓99년 부패혐의로 기소된 부토 전 총리는 지난해 궐석재판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상태. 파키스탄 사법당국은 97년 망명한 부토 전 총리가 귀국할 경우 자동적으로 체포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망명 중에도 파키스탄인민당(PPP) 당수직을 맡아온 부토 전 총리는 무샤라프 법령으로 인해 총리 출마가 불가능해지자 선거용 신당인 ‘신당파키스탄의회인민당(PPPP)’을 조직해 대리통치 체제를 갖추겠다고 5일 밝혔다. PPPP 총재는 부토 전 총리의 오른팔격인 마크둠 아민 파힘 PPP 수석 부총재가 맡기로 했다.

부토 전 총리가 감옥행을 불사하면서까지 귀국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5년여에 걸친 망명 생활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 내에서 그의 지지도가 매우 높기 때문. 부토 전 총리는 런던에서 파키스탄 정치인들과 끊임없이 접촉하고 있으며 매달 5000여명에 이르는 PPP 당원들과 전자우편을 주고받으며 조직을 관리하고 있다. 그의 탁월한 조직력 덕분에 PPP는 파키스탄에서 가장 조직력이 뛰어난 정당으로 평가받고 있다.

파키스탄의 저명한 정치분석가 아야즈 아미르는 “파키스탄 국민은 무샤라프 정부의 독주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면서 “10월 총선이 공정하게만 치러진다면 부토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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