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FRB의장 취임 15주년

  • 입력 2002년 8월 11일 18시 36분


올해 76세의 미국 ‘경제 대통령’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사진)이 11일 취임 15주년을 맞았다.

그린스펀 의장은 1987년 6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FRB 의장으로 뽑힌 이후 4명의 대통령이 바뀌는 동안에도 줄곧 자리를 지켰다. “직업이 FRB 의장”이라는 조크도 있다. 2004년 4번째 임기를 마치면 윌리엄 마틴 전 의장(1951∼70년)에 이어 역대 2번째 장수(長壽) 의장이 된다.

‘금융 시장의 신(神)’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 ‘세치 혀의 마술사’라는 별명으로 불려 온 그는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의 한마디에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경제 흐름이 뒤바뀌곤 했다. 98년 가을 금융위기 당시 3달 만에 3차례 금리를 인하하는 과감한 조치로 세계경제를 불황의 늪에서 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6일 “세계경제의 안정에 현저한 기여를 했다”며 그린스펀 의장에게 명예기사작위를 수여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정치보다 시장을 중시하는 중립적인 태도로 초당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종신 공화당원이면서도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력을 거부한 것은 유명하다. 부시 전 대통령은 “고금리 때문에 재선에 실패했다”고 서운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9·11테러 전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쳐 미 경제의 발목을 잡았고, 최근 경기 불황에도 책임이 있다는 비판에 따른 조기 사임설도 나온다. 그의 뒤를 이을 인물로 도널드 콘 통화정책자문관, 로렌스 린지 백악관 경제고문, 존 테일러 재무차관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기심이 사회를 움직이는 최상의 원칙’이라는 미국 보수 철학자 아인 랜드의 사상적 팬이기도 한 그는 1968년 닉슨 대통령의 선거참모로 정계에 입문한 뒤 74년 포드 대통령 때 백악관 경제자문협의회(CEA) 의장을 지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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