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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7월 22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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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부정 사건으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미국의 초대형 통신회사 월드컴이 21일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불안한 미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파산보호 신청〓월드컴은 21일 밤 9시경 뉴욕 맨해튼의 연방법원에 연방 파산법 11조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월드컴이 5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한 회사 자산은 1039억달러. 지난해 12월 역시 회계부정 사건으로 파산 보호 신청을 낸 엔론의 자산 634억달러보다 405억달러가 더 많은 규모다. 월드컴은 법원에 제출한 신청서에서 “회사 이사회의 판단으로는 연방 파산법 11조에 따른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회사와 채권자, 종업원 및 다른 이해당사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주장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2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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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파산 보호를 승인할 경우 330억달러에 이르는 월드컴의 채무는 일정 기간 지불이 동결되고, 월드컴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도 허용되지 않는다. 월드컴은 이런 상태에서 앞으로 120일 안에 법원에 부채상환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그동안 영업활동은 계속할 수 있다.
월드컴의 주채권자인 씨티그룹과 JP모건, GE캐피털 등은 월드컴의 자산 등을 담보로 20억 달러를 긴급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컴은 핵심 사업체인 MCI(장거리 전화회사)와 UUNet(인터넷 서비스 제공회사) 등을 제외한 멕시코와 브라질의 통신회사 등을 매각해 회생을 위한 자구책에 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충격과 파장〓월드컴의 파산보호 신청은 이 회사가 4월 38억5000만달러의 비용을 수익으로 분식 처리해 12억달러의 손실을 감춘 사실이 드러나면서 예고됐었다. 월드컴은 회계부정이 드러나면서 SEC의 제소와 금융 차입 중단 등으로 26억5000만달러의 채무를 제때에 변제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어왔다. 99년 말 주당 60달러에 달했던 주가는 올해 들어 폭락을 거듭해 사실상 휴지가 돼버렸다.
월드컴의 붕괴는 뉴욕 증시 및 금융기관과 제살 깎아먹기식 통신료 인하 경쟁으로 채산성이 크게 악화된 통신업계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월드컴에 자금을 대출해 준 금융기관과 월드컴 거래업체들의 주가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약세를 보이고 있는 달러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월드컴이 결국 파산할 경우 월드컴에 대출해 준 은행을 비롯해 이 회사의 채권소유자 및 주식투자자들은 약 10억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미 최대의 공공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캘퍼스)의 경우 월드컴 채권에 투자했던 3억4500만달러와 월드컴 주식 투자자금 2억3600만달러를 모두 잃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