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니 미국 부통령도 회계부정 피소

  • 입력 2002년 7월 11일 18시 17분


클레이먼 회장 '체니 고발합니다' - 마이애미AP연합
클레이먼 회장 '체니 고발합니다' - 마이애미AP연합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회계 부정 파문에 연루돼 피소됐다.

‘사법감시(Judicial Watch)’라는 이름의 시민단체는 10일 세계 최대 유정개발 및 석유생산 지원회사인 핼리버튼의 전 최고경영자(CEO) 체니 부통령과 이 회사 회계감사법인이었던 아서앤더슨의 책임자 등 14명을 텍사스주 댈러스의 연방지법에 제소했다.

제소 이유는 핼리버튼사가 99년에서 2001년까지 고객이 지불하지 않은 장기 건설공사의 비용을 수입으로 처리, 4억4500만달러의 수입을 부풀리는 바람에 잘못된 정보에 따라 이 회사 주식에 투자한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는 것. 체니 부통령은 95년부터 2000년까지 이 회사의 CEO로 재직했다.

뉴욕타임스가 이 사건을 최초로 보도한 이후 핼리버튼사는 5월 말부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회계방안의 적정성에 관해 조사를 받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회계부정 연루 의혹은 사법적으로는 11년 전에 일단락된 사건이나 체니 부통령을 둘러싼 의혹은 진행 중인 사건이어서 SEC의 조사나 재판에서 회계조작 의혹 사실이 밝혀질 경우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체니 부통령은 백악관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최고의 실력자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소송은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라며 소송의 파장을 일축했다. 더그 포시 핼리버튼 최고재무책임자는 “그들의 주장은 진실이 아니며 근거도 없다”고 반박했다.

사법감시의 레리 클레이먼 회장은 “핼리버튼의 잘못된 회계관행으로 엄청난 피해를 본 주주를 대신해서 소송에 나섰다”면서 하켄에너지 주식 내부자거래 의혹 등에 연루돼 있는 부시 대통령에 대해서도 ‘행동’을 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체니 부통령이 엔론의 회계부정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유죄평결을 받은 아서 앤더슨을 찬양하는 홍보 비디오에 출연했던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공개한 이 홍보 비디오(96년 제작)에서 체니 부통령은 “나는 (아서 앤더슨으로부터) 단순한 회계 감사를 넘어 우리의 사업방식과 운영방식에 관해 훌륭한 조언을 얻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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