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부부, 흑인 쌍둥이 출산 논란

  • 입력 2002년 7월 9일 16시 56분


영국의 한 백인 부부가 시험관 아기 시술(IVF)로 흑인 쌍둥이를 낳아 충격을 주고 있다.

BBC방송은 8일 국립보건원(NHF) 클리닉에서 시술을 받은 백인 불임 부부가 흑인 쌍둥이를 낳았다고 전하고 그 원인이 기증 받은 난자나 정자, 또는 배아의 사용 때문인지 혹은 시술진이 실수로 체외수정된 배아를 엉뚱한 모체에 이식했기 때문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NHF 측은 “이 같은 일은 100만번에 한 번 꼴로 일어나는 희귀한 사례”라고 말했다. 1979년 세계 최초로 IVF에 성공했고 한 해 2만7000쌍의 커플이 IVF를 이용해 아이를 낳고 있는 영국에서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는 것.

NHF 측은 “이같은 일은 100만번에 한 번 꼴로 일어나는 희귀한 사례”라면서 실수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법정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979년 세계 최초로 IVF에 성공한 영국에선 한 해 2만7000쌍의 커플이 IVF를 이용해 아이를 낳고 있다.

시험관 아기는 친부모의 정자와 난자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기증된 냉동정자나 냉동배아를 시험관에서 체외수정시킨 뒤 어머니나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켜 출산한다. 이 과정에서 시술자는 태어날 아기의 인종과 피부색이 가능한 한 부모와 같도록 맞춰 준다. 그러나 냉동정자나 냉동배아는 겉으로 봐서는 모두 똑같기 때문에 맞추는 일이 쉽지 않다.

1993년 네덜란드에서 윌마 스튜어트라는 백인 여성이 흑인 쌍둥이를 낳았을 때는 병원 측이 실수로 백인 남편의 정자를 흑인 남성의 정자와 섞은 것으로 밝혀졌다.

일각에선 흑인 쌍둥이의 친부모를 가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영국의 법은 유전자와 상관없이 아기를 임신한 여성을 생물학적 어머니로 규정하고 있지만 미국에선 1998년 흑인 아이를 출산한 백인 여성에게 아이를 ‘진짜 어머니’에게 돌려주라는 판결이 내려진 일이 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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