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브라이트 “부시, 한 입으로 두말”

  • 입력 2002년 5월 20일 18시 10분


‘9·11테러 책임론’으로 워싱턴 정가가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빌 클린턴 전 행정부의 고위각료 2명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포문을 열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19일 터프츠 대학 법대 졸업식에서 ‘9·11테러 책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부시 행정부가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는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를 보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이와 상반된 정책을 내놓는 ‘다중 인격장애’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직 국무장관으로는 이례적으로 현 정부를 겨냥해 비판을 퍼부은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부시 대통령이 22∼28일 유럽과 러시아 순방에서 자신의 정치적 비전과 견해를 분명히 밝히라고 충고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 무엇을 반대하는가에 대해서만 얘기하지 말고 미국이 무엇을 지향하는가도 명확히 제시해 미국 지도부의 성격과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연설 담당 수석보좌관이었던 마이클 왈드만은 대통령이 전시에 최고사령관뿐만 아니라 최고정보책임자(CIO)의 역할까지 담당해야 한다면서 부시 행정부의 ‘비밀주의’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왈드만 전 보좌관은 17일 시사주간 뉴스위크 인터넷판 기고문을 통해 “부시 대통령은 9·11테러 사전 경고를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았고, 톰 리지 조국안보국장의 의회 증언과 딕 체니 부통령이 이끄는 에너지정책 태스크포스의 자료 공개도 막는 등 강력한 정보통제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부시 행정부의 비밀주의가 계속된다면 의회는 더 이상 행정부를 믿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클린턴 전 대통령도 화이트워터 사건과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 의혹에 대해 신속하고 솔직하게 대응하지 않아 정치적으로 곤경에 빠졌었다”면서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백악관 직원들에게 의회의 진상조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를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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