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애국심 바람…문제제기 못했다” CBS앵커 양심선언

  • 입력 2002년 5월 17일 17시 52분


미국 CBS 방송 앵커 댄 래더는 16일 “미국 언론들이 9·11 테러 이후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 취재에서 지나친 애국심의 발로로 정부에 핵심적이고 곤란한 질문을 스스로 자제했다”며 언론의 태도를 비판하는 양심선언을 했다.

CBS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9·11 테러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최근 폭로한 바 있다.

래더씨는 이날 영국 BBC방송의 시사프로 ‘뉴스라이트’와의 인터뷰에서 “9·11 테러 후 미 언론에는 정치인들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과잉 애국주의 분위기가 팽배했다”며 “과잉 애국주의는 핵심 질문을 자제하게 하는 자체검열로 이어졌다”고 술회했다.

래더씨는 자신도 비판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라고 전제하고 당시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올바른 질문이 무엇인지는 알았으나 적기가 아니라는 판단으로 스스로 질문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래더씨는 “영화나 TV 드라마에서 접하는 것은 전쟁의 실상과 거리가 있다”며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미 언론의 보도는 음악채널 VH1에서 방영 중인 오락 프로그램 ‘밀라테인먼트’를 연상시켰다”고 말했다. 밀라테인먼트는 미 전투기 조종사의 병영 생활을 담은 프로그램으로 국방부의 전폭적인 지지와 협조를 받으며 제작되고 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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