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한국 북파공작원 실태 보도

  • 입력 2002년 5월 15일 16시 38분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아시아판 최신호(20일자)에서 한국의 북파공작원 실태를 보도했다. 다음은 요약문.

한국의 북파간첩은 외부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공식적으로 한국 정부가 북파공작원의 존재를 부인하기 때문. 민주당 김성호 의원에 따르면 죽거나 실종된 북파공작원은 5000여명에 달한다.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은 68년 북한 무장공비 청와대 습격미수사건(1·21사태) 직후 서해의 무인도 실미도에서 사형수 등을 뽑아 김일성(金日成) 전 북한 주석을 암살하기 위한 특수 북파공작원 양성에 들어갔다. 이들의 존재는 모든 공식 기록에서 지워졌다. 이들은 무덤의 뼈를 갈아 물과 섞어 마시는 것으로 신고식을 치른 뒤 각종 살상-생존 훈련을 받았다. 적에게 잡히면 자폭하도록 돼 있었다. 뒤쳐지는 사람은 혹독한 벌을 받았으며 훈련과정에서 일부는 죽기도 했다.

예정보다 길어진 훈련에 불만을 품은 일부가 71년 반란을 일으켰다. 17명의 경비병을 사살한 뒤 섬에서 탈출한 이들은 버스를 탈취해 청와대로 향하던 도중 자폭했다. 살아남은 4명은 사형됐다. 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실미도'가 헐리우드 자본으로 제작을 앞두고 있다. 지금 실미도에는 김일성 전 주석 암살 훈련을 위해 설치됐던 평양시 모형 가운데 일부만이 남아 있다.

지난해 정부는 부상자와 유가족에 보상을 허락했지만 2200여명은 '다친 곳이 없다'는 이유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북한에서 돌아온 뒤 간첩 혐의를 씌워 고문하고, 취직조차 못하게 막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공식적으로는 일어나지 않은' 전쟁을 한국인들이 기억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곽민영기자>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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