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 가족’ 탄생…신상정보 담긴 컴퓨터칩 팔에 이식

  • 입력 2002년 5월 12일 22시 46분


10일 플로리다의 한 병원에서 제프 제이콥스 부부(左)가 아들 데렉이 베리칩 시술을 받는 과정을 지켜 보고 있다.
10일 플로리다의 한 병원에서 제프 제이콥스 부부(左)가 아들 데렉이 베리칩 시술을 받는 과정을 지켜 보고 있다.
개인 신상정보를 담은 컴퓨터칩을 체내에 삽입한 첫 ‘사이보그 가족’이 10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탄생했다.

화제의 가족은 각자 신원과 병력이 기록된 쌀알 크기의 ‘베리칩(VeriChip)’을 팔의 피부 밑에 이식한 제프 제이콥스 가족 3명.

베리칩은 특별히 고안된 판독기로 스캔하면 칩을 삽입한 사람의 병력 등을 알려주는 장치로 하이테크 업체인 어플라이드 디지털 솔루션스(ADS)사가 개발했다. 의료진이 환자의 신원과 집 전화번호, 병력 등을 신속히 파악해 위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베리칩의 삽입 비용은 200달러(약 36만원) 선이고, 칩 판독용 스캐너는 1000∼3000달러 정도다.

제이콥스씨 가족은 건강이 매우 나쁜 가장 제프(48) 때문에 컴퓨터칩 이식을 자청하게 됐다.

제프씨는 암에 걸린 적이 있으며 퇴행성척추 질환과 만성 안(眼)질환 등의 후유증으로 10여가지 약에 의존해 살고 있는 중환자다.

일간지 USA투데이는 이들을 ‘심슨가족(The Simpsons)’에 빗대 ‘칩슨 가족(The Chipsons)’이라고 명명했다.

베리칩은 위치추적 위성과 연결하면 개인의 행방도 추적할 수 있다. 실제로 ADS 측은 죄수들의 감시 용도로 이 칩을 판매하기 위해 교정 당국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생활 보호 단체들은 이 칩이 사람을 ‘가죽끈을 맨 애완동물처럼’ 관리하는 시대를 열고 있다고 우려했다.

선대인기자 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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