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제형사재판소 불참”

  • 입력 2002년 5월 7일 02시 03분


미국은 세계 최초의 상설 전범법정으로 출범할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대한 참여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6일 공식 발표했다.

피에르 리처드 프로스퍼 미국 전범 담당 특사는 이 같은 결정을 발표하면서 “이는 유엔과 체결한 문서를 폐기하는 것으로 ICC조약에 가입할 의사가 없으며 이로 인해 2000년 12월 31일 서명한 데 따른 법적 의무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마르크 그로스먼 미 국무차관보도 이날 “드물지만 예기치 않은 행동을 취하기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면서 미국의 ICC 가입 포기 방침을 밝혔다.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HRW)’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ICC에서 탈퇴키로 결정함으로써 미국은 가장 가까운 우방들과 멀어지게 될 것이라면서 “행정부가 잘못된 역사의 길을 걷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당시 ICC 창설과 관련한 로마조약에 서명했으나 의회의 비준을 받지 않았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평화유지군 임무 수행과정에서 미군과 관리들이 ICC에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들을 기소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국제 사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탈퇴한 것이다.

1998년에 체결된 로마조약에 따라 발족할 ICC는 4월 설립 요건인 60개국을 넘는 66개국이 비준서를 기탁함으로써 7월1일 출범한다.

ICC는 대량 학살과 전쟁 범죄, 인륜 범죄 등에 관련된 국가들이 해당 사건을 다룰 능력이 없거나 기피할 경우에 한해 개입하며 조약 발효 이후에 발생한 범죄에 한해 효력이 발생한다.

비준국들은 내년 초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첫 회의를 열고 검사와 판사들을 선임하는 대로 공식 업무에 들어갈 예정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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