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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3월 7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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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은 이번 조치가 미국이 주도해온 무역자유화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으로 경제적 논리와 국제 관계를 무시한 일종의 ‘정치적 사냥’이라고 지적했다.
▽언론 보도〓월스트리트저널은 7일 사설에서 미국의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와 EU의 보복 움직임과 관련해 “양 대륙의 정치인들은 경제 회생을 바라는 세계인들의 희망을 저버렸다”며 “단기적인 경기 침체를 심각한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는 우려할 만한 사태”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또 이번 결정의 적용 기간이 3년이라는 점을 들어 “2004년 미 대선을 겨냥한 것”이라며 “아무도 부시 대통령의 조치에 경제적 합리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도 6일 사설을 통해 “‘감세 올림픽’이 있다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부시 행정부가 이에 상반되는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세계 무역 장벽이 3분의 1가량 없어질 경우 미 가구당 세금이 2500달러(약 325만원) 주는 효과가 생긴다는 폴 오닐 재무장관의 발언을 인용한 뒤 “결과적으로 미국 가정의 세금을 인상한 조치”라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는 7일 관련 기사를 통해 이번 결정이 미국 철강업계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소비자에게는 불이익을 주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이번 조치로 일자리는 줄어들고 물가는 오르며 제조업체가 필요로 하는 질 좋은 철강제품은 구할 수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긴급수입제한조치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될 유럽 언론의 반응은 격렬하다.
프랑스 르 몽드는 6일 사설을 통해 “부시 대통령은 자유무역에 관한 한 원칙과 신념에 충실한 ‘근본주의자’를 표방해왔다”며 “이 때문에 이번 조치는 훨씬 더 위선적으로 보인다”고 비난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철강무역전쟁을 ‘냉전(cold war)’에 빗대 ‘냉철(cold steel)’이라고 꼬집고 “이번 조치로 세계 경제의 불안정이 한층 높아졌다”고 비판했다.
▽미 행정부와 철강업계의 옹호〓부시 행정부와 철강업계는 이번 조치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돈 에번스 상무장관은 “미국의 세이프가드 발동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부합하는 조치”라며 “다른 나라들도 유사한 조치를 취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긴급수입제한조치에 대한 각국의 반발이 새로운 국제무역협정 추진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중동을 순방 중인 오닐 재무장관도 “미 정부는 단지 국내 철강업계에 구조조정의 기회를 주려는 것일 뿐”이라며 이번 조치를 옹호했다.
미 철강업계와 노조는 “이번 조치로는 미흡하다”면서도 “그러나 길고 어두운 터널의 끝에서 불빛같은 것을 본 것은 분명하다”고 반겼다.선대인기자 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