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문제는 후계자다”…‘포스트 후세인’ 결론 못내려

  • 입력 2002년 2월 18일 18시 06분


미국 정부 고위관리들은 유럽과 아랍권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축출해야 한다는 발언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도 17일 CBS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이라크 국민이 현정권을 대체할 만한 정권을 갖게 된다면 세계는 훨씬 더 안전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후세인 대통령이 축출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17일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바그다드에는 우리에게 후세인 정권보다 더 나은 카드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반대세력과 인물, 군대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지는 17일 미국의 이라크 공격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것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내 후세인 축출 이후 누구를 지도자로 내세울지에 대해 이견이 많은 탓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후세인의 후계자는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이라크의 반정부단체 이라크국민회의(INC)의 아흐메드 찰라비 의장(사진). 80년대 말부터 INC를 이끌어온 찰라비 의장은 최근 미국에 이란을 대(對) 이라크 전쟁의 우군으로 끌어들여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자는 전쟁 계획을 미 정부에 건의했다. 그가 내건 후세인 제거 시나리오는 이란의 지원을 받아 국경을 통해 INC 반군 병력을 이라크 남부에 침투시켜 반후세인 봉기를 일으킨 후 북부의 쿠르드 반군과 미군의 특수부대가 공동작전을 펼쳐 후세인 정부를 전복시키는 것이다. 타임스는 “90년 미 정부가 INC와 비밀리에 추진한 후세인 제거 작전이 실패로 끝나면서 찰라비 의장과 점차 사이가 멀어졌으나 최근 이라크 공격 계획이 가시화되면서 INC에 대한 군사적 재정적 지원을 재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신문은 “미 정부 관리들은 찰라비 의장의 기회주의적 태도를 불신하고 있으며 INC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지원할 만한 군사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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