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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12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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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3일 성공적으로 실시한 미사일 시험발사를 포함, 그동안 해온 미사일방어체제 관련 시험들은 모두 ABM협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 왔다.
미국은 그러나 내년 4, 5월경 알래스카주 포트 그릴리 기지에서 미사일방어체제 지휘센터 및 유도탄 지하 격납고 건축 공사를 시작하고, 해군함정을 동원하는 시험발사를 몇 달 안에 실시할 예정이다. ABM협정 탈퇴는 미국이 현대사에서 중요한 국제협정을 저버리는 첫 번째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미국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것은 미사일방어체제의 구축이지 ABM협정 파기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부장관은 11일 “우리는 러시아와 ABM협정을 대체할 방안에 관해 계속 협의할 생각”이라며 “만일 앞으로 6개월 안에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우리가 ABM협정에서 공식 탈퇴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그 동안 미사일방어체제 시험이 가능하도록 ABM협정을 개정하는 문제를 논의해 왔으나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의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장관은 10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미사일방어체제에 관한 양국의 의견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우리는 미국의 ABM협정 탈퇴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에 유럽연합과 중국 등은 미국에 ABM협정을 준수할 것을 촉구해 왔기 때문에 미국이 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할 경우 상당한 국제적 파문이 예상된다. 또 미국 내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톰 대슐 민주당 상원원내총무는 “ABM협정 탈퇴는 외교군사정책의 상당한 후퇴”라며 “이는 군축을 위해 다년간 노력해 온 사람들의 뺨을 때리는 행위와 같다”고 비난했다. 조지프 바이든 상원 국제관계위원장도 “부시 행정부는 지난 30년간 평화 유지에 기여해 온 ABM협정에서 탈퇴하려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