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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12일 02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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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라보라 항전 2주만에 백기▼
아프가니스탄 동부 산악지대 토라보라 지역에서 배수진을 친 알 카에다 조직이 11일 백기를 들었다. 미군과 반탈레반군이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지로 토라보라 지역을 지목해 맹공을 퍼부은 지 2주 만이다. 이에 따라 미군과 반탈레반군은 최종 목표인 빈 라덴 추적에 마지막 고삐를 죄게 됐다. 또 전 세계에 암약하고 있는 알 카에다 조직은 주 활동 근거지가 와해되는 중차대한 국면에 봉착했다.
▽항복 과정〓이날 알 카에다 조직의 항복 선언은 미군의 거듭되는 대규모 공습과 반탈레반군 및 미 특수부대원들의 맹렬한 지상 공격 끝에 나왔다.
알 카에다는 북부동맹의 동부지역 사령관인 하즈라트 알리가 이끄는 부대에 엔제리 주르 산악지대의 2개 정상 중 한 곳을 빼앗긴 후 전의를 상실, 투항 의사를 밝혔다.
이에 앞서 반탈레반 측은 “빈 라덴의 은신처로 지목된 토라보라 일대를 대부분 장악했으며 빈 라덴과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토라보라 인근 산악 4㎢ 내에 포위돼 있다”고 밝혔다. 미군도 알 카에다 지도부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동굴에 무게 6800㎏의 초대형 폭탄인 ‘데이지 커터’를 투하, 이들의 공세를 지원했다.
이에 알 카에다 병사들은 11일 무전기를 통해 반탈레반군 측에 항복 의사를 밝혔고 동부사령관 하지 모하메드 자만은 알 카에다 측 대표를 직접 만나 오전 8시까지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알 카에다 측의 즉각적인 반응은 없었으며 토라보라 지역의 모든 알 카에다 전사들이 항복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고 외신은 전했다.
일부 세력의 항복에도 불구하고 부녀자와 어린이를 데리고 있지 않은 알 카에다 세력들은 저항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알 카에다 전사들은 과거에 빈 라덴을 위해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었다.
또 많은 알 카에다 병사들이 파키스탄으로 탈출하기 위해 산악 남쪽으로 향하고 있지만 반탈레반 측은 반대편에서 그들의 탈출을 봉쇄하고 있다고 알 리가 전했다.
한편 파키스탄은 알 카에다 측이 수세에 몰리자 그 잔당들이 토라보라가 위치한 화이트 산맥을 가로질러 자국으로 건너오는 것을 막기 위해 국경지대에 병력을 배치했다.
▽빈 라덴은 어디에〓알 카에다는 사실상 붕괴됐지만 빈 라덴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동부사령관 모하메드 자만은 “오늘까지 그가 이곳에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확히 그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알리 사령관은 이제 레간을 제외한 토라보라, 멜라와 등 전 지역을 장악, 통제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빈 라덴이 레간에 있을 가능성이 90%정도 된다고 말했다.
미군 특수부대 요원 60∼70여명은 20∼30대의 군용 차량에 나눠타고 멜라와 지역을 중심으로 빈 라덴을 뒤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북부동맹 측 정보관리들은 도주 중인 빈 라덴의 행방과 관련, 이 일대에서 알 카에다 대원들과 함께 있던 빈 라덴을 정보장교들이 목격했다고 주장했으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칸다하르 상황〓탈레반군이 이미 항복을 선언한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에서는 아직도 알 카에다 병력 150∼200명이 칸다하르공항에서 반탈레반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계속되는 교전으로 양쪽에서 1000여명이 숨졌다고 한 국제구호기관 직원이 전했다. 한편 미 해병대는 11일 탈레반 및 알 카에다 병사들로부터 무기를 회수하기 시작했다고 미군 장교들이 밝혔다. 미 해병대 대변인 데이비드 롬리 대위는 무기를 수집해 일련번호를 매겨 사진을 찍은 뒤 파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지도 이날 북부동맹군에 투항, 컨테이너에 갇혀 수용소로 이송 중이던 탈레반군 수십여명이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선대인기자·외신종합연합>eodls@donga.com
▼이라크-소말리아 전복 나선다▼
▽이라크〓필립 리커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10일 라이언 크로커 근동담당 차관보를 단장으로 한 대표단이 이라크 북부지역에 파견돼 반군세력인 쿠르드족 지도자들과 회담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방문의 목적이 후세인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한 반대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 대표단은 올 2월에도 반군세력 중재 임무를 띠고 이라크 북부지역을 방문했으며 6월에도 실무 대표단을 파견했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주요 임무는 경쟁관계인 쿠르드애국동맹(PUK)과 쿠르드민주당(KDP) 지도자들로 하여금 동서로 통합해 반 후세인 무장투쟁에 나서도록 하려는 것. 미국이 이라크 북부 쿠르드 지역 내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무장투쟁까지 벌였던 양대 세력을 한 자리에 모아 직접 중재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미 의회 초당파 의원 9명은 지난주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후세인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서는 이라크 내부 협조세력의 도움이 필수라며 반군 지원을 촉구했었다.
쿠르드족은 91년 걸프전 이후 봉기해 북부 아르빌, 슐레이마니예흐와 타후크 지역을 장악했다. 이라크 북부는 미국의 비행금지구역 선포 지역으로 10년간 사실상 후세인 정권의 통제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소말리아〓영국의 데일리텔레그래프지는 11일 미군 관계자들이 비밀임무를 띠고 소말리아에 잠입해 반군세력과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미군 관계자들은 라한웨인 저항군(RRA) 지도부와 회동했으며 공항 및 군기지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프 훈 영국 국방장관도 10일 소말리아 인접국인 케냐를 방문, 대니얼 아랍 모이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소말리아와 수단의 알 카에다 조직 제거 대책 등을 논의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지가 전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