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파트 위기일발…이스라엘이 사무실 직접공격

  • 입력 2001년 12월 5일 14시 49분


4일 오전 11시(현지 시각) 요르단강 서안의 라말라에 있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사무실.

갑자기 굉음과 함께 아파치 헬기들이 나타나자 경호원들은 이스라엘 고위관리와 전화 통화중이던 아라파트를 급히 지하벙커로 대피시켰다. 몇초 뒤 그의 사무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미사일이 떨어졌다. 벙커안에서 아라파트는 오랫동안 조용히 앉아 생각에 잠겨있다가 여러가지 지시를 내렸다고 AP통신이 측근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이스라엘은 아라파트를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아라파트는 벙커에서 나와 "그들은 내가 전화중인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그는 분노를 삭이지 못해 거친 호흡으로 "그들은 평화를 바라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아라파트를 직접 겨냥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 1982년 당시 국방장관이던 샤론은 레바논을 침공, 베이루트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본부를 폭격한 적이 있다. 당시 아라파트는 가까스로 저격을 피했다.

이제 아라파트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라말라에 발이 묶여 갈 곳 없는 신세가 됐다. 이스라엘군이 러시아제 전용헬기 3대를 파괴하고 불도저로 가자 국제공항의 활주로를 갈아엎은 데다 탱크와 병력들이 도로 곳곳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아라파트의 보좌관은 "아라파트는 이스라엘이 자신을 자유롭게 여행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으로 믿고있다"면서 "그는 샤론 총리에 의해 손발이 묶인 상태"라고 말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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