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선택의 기로에…장기전 돌입이냐 경제난 수습이냐

  • 입력 2001년 12월 2일 18시 40분


장기전에 돌입할 것인가. 아니면 경제난을 먼저 수습할 것인가.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사진)이 10년 만에 침체기에 접어든 미국 경제에 발목이 잡혀 정책적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뉴욕타임스는 2일 “부시 행정부가 경제에 대한 우려에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여부를 놓고 국내정치팀과 군사정책고문들 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에선 아프가니스탄 군사작전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높은 만큼 정부의 공언대로 테러 근절을 위해 장기전을 펼 것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라크 등을 상대로 2단계 전쟁에 돌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확전론자들도 국내 경제 때문에 테러와의 전쟁이 조기에 종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부시 대통령이 가급적 빨리 아프가니스탄에서 승리를 선언하고 경제회생에 치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백악관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빈 웨버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뒤돌아보면 전쟁 중일 때조차도 결국엔 경제가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이 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타임스는 공화당의 한 여론조사 기관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가 ‘미국에 대한 테러 위협’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백악관의 칼 로브 고문은 “부시 대통령이 전쟁과 경제 사이에서 균형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중간선거에선 둘 다 중요한 현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이같은 원론적 설명은 어느쪽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의 전략가인 에드 길레스피는 백악관이 딜레마를 풀기 위해선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입장을 바꾸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 경제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 “이라크 확전 시기결단만 남았다”…英 옵서버지 보도▼

‘확전론’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 주간 옵서버는 2일 “미국이 이라크 내의 반군들에게 무장지원을 해주고, 이들로 하여금 봉기토록 함으로써 후세인정권을 전복시키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이 밝힌 ‘후세인 정권 전복 시나리오’에 따르면 △미군 폭격기가 주요 군사시설을 공격하고 △미군이 북부의 쿠르드족 반군과 바그다드 시내와 주변의 수니 이슬람단체, 남부의 시아파 반군 등 3개 정치세력을 지원해 봉기하도록 유도하며 △이어 미군도 지상전에 뛰어든다는 것이다.

신문은 부시 미국 대통령이 3주 전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에게 작전계획 수립을 지시했으며 그때 이미 국방부에는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폴 울포위츠 국방차관,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 토미 프랭크스 중부사령부사령관 등이 수립한 이라크 공격계획이 제출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시나리오의 가장 모험적인 부분은 미 지상군 투입으로 국방부 소식통은 ‘상당한 수’의 지상군이 반란 초기에 투입돼 이라크 남부 바스라지방의 시아항 주변 유전들을 지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은 작전개시의 명분으로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 개발계획에 대한 기존의 유엔결의안을 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 보수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주간지 뉴 리퍼블릭 최신호는 부시 행정부가 이미 아프가니스탄 다음으로 이라크와의 전쟁을 준비중이며 “남은 문제는 공습 시기와 방법뿐”이라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88년 클린턴 행정부 시절 제시됐던 대 이라크 ‘21일 작전(21-day plan)’이 행정부 내에서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고 이 주간지는 전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김정안기자>phark@donga.com

▼‘어버지 부시’의 교훈▼

전쟁과 경제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부친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성공과 실패는 교훈이 되고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은 90년 8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데 맞서 91년 1월 이라크를 상대로 걸프전쟁을 시작했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앞세운 미국은 단시간 내에 이라크 병력을 궤멸시키고 큰 승리를 거뒀다. 이로 인해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의 지지도는 80∼90%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승전의 기쁨도 잠시. 미국 경제가 침체에 접어들면서 여론은 순식간에 돌아섰고 92년 11월 대통령선거에서 그는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아칸소 주지사 출신의 빌 클린턴에게 패배, 재선에 실패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그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의 테러 위협이 부각될 때마다 걸프전 때 그를 확실하게 제거하지 않은 채 전쟁을 조기에 끝냈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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