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히르 샤 前 아프간 국왕은 무능력”

  • 입력 2001년 11월 25일 18시 27분


아프가니스탄 과도정부의 수반으로 미국과 유엔의 지지를 받고 있는 모하마드 자히르 샤 전 아프간 국왕(87)은 과거 집권 시절 미국으로부터 ‘절망감 속의 무기력한 통치자’라는 평가를 받았음이 24일 비밀 해제된 미 국립문서보관소 문서에서 공개됐다.

72년 3월 로버트 노이만 카불주재 미 대사가 워싱턴으로 보낸 보고서는 “아프간 정부의 기세가 소진됨에 따라 무관심과 체념의 공기가 아프간 전역에 드리워져 있다”고 적고 “정부와 왕의 무능력, 의사결정과정에서의 의지 부족 등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1973년의 국무부 비밀문서도 “국왕과 총리 모두 자신의 권한을 행사하려는 의지를 상실했다”고 적고 있다.

이에 대해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의 중앙아시아문제 전문가인 피오나힐 연구원은 “미국이 대단한 존재로 여기고 있는 자히르 샤 전왕은 사실 특별한 능력이 있다기보다 단순한 세습 군주였을 뿐이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히르 샤 전왕은 73년 사촌인 모하마드 다오우드 칸에 의해 축출된 후 이탈리아 로마로 망명해 지금까지 그 곳에서 살고 있다. 그는 27일 독일 본에서 열리는 아프간의 종족 대표들간의 ‘탈레반 이후 정부 구성을 논의하기 위한 정파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김정안기자>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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