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대원들 '빈민가의 귀족'

  • 입력 2001년 11월 25일 18시 27분


“알 카에다 대원들은 전기와 물이 나오는 벽돌집에서 살았고 외국산 신형 트럭을 몰고 다녔어요. 그들은 자신의 애들을 우리 애들과 함께 놀지 못하도록 했어요.”

아프가니스탄 동부 잘랄라바드 주민 모하케드 샤리프(45)는 테러 훈련캠프에 참가한 알 카에다 대원들이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은 알 카에다 대원들을 ‘부유한 아랍인들’이라고 불렀다”면서 “그들은 마치 ‘빈민가의 귀족’처럼 행세했다”고 덧붙였다.

북부동맹의 진격으로 아프가니스탄 주요 지역에서 퇴각한 알 카에다 소속 테러리스트들은 ‘미국 제국주의로부터 이슬람 형제들을 보호한다’는 당초 명분과는 달리 지역 주민들과는 왕래조차 하지 않았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과 교류가 없었던 알 카에다 대원들의 퇴각을 전혀 안타까워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주민들에 따르면 알 카에다 대원들은 대부분 가족들을 거느리고 있었으며 자신들을 위한 학교 병원 상점 등을 따로 마련했다. 마을 지도자들조차 대원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가 없는 실정이었다. 알 카에다 대원들은 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 실권자인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와의 친분관계를 강조하면서 특권계급으로 행세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퇴각한 알 카에다 대원들의 집에서는 프랑스 요리책과 유럽 은행들로부터 발급된 신용카드, 휴대전화 사용 청구서 등이 발견됐다.

브뤼셀에서 구입한 다이아몬드 영수증도 있었다.

이들의 집을 지키는 현지인 보초병은 “알 카에다 대원들은 북부동맹군이 들이닥치기 한시간 전에 급히 빠져나갔다”면서 “그후 주민들이 창문을 깨고 귀중품을 모두 빼내갔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