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의 페스탈로치’… 탈레반 치하서 비밀학교 운영

  • 입력 2001년 11월 22일 18시 31분


아프가니스탄 대부분 지역에서 문을 닫았던 여학교가 탈레반이 물러나면서 다시 문을 열기 시작한 가운데 목숨을 걸고 대규모 비밀학교 조직을 운영해온 한 반정부 인사의 얘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전직 무역회사 대표였던 아지물라 하페지(55). 그는 자원봉사자와 국제적십자사 등의 도움을 받아 96년 탈레반 집권후 5년동안 전국적으로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비밀학교 100여개를 몰래 운영해 왔다고 호주 일간지 시드니모닝헤럴드가 22일 보도했다.

그가 이 기간동안 비밀학교를 통해 배움의 길로 인도한 학생들은 여학생 6000명을 포함해 1만4602명. 이 과정에서 그는 여성교육 금지 조치를 어겼다는 이유로 두 차례나 투옥되기도 했다.

그는 당국의 탄압과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여학생들을 가르친 이유에 대해 “언젠가 이 나라가 의사와 교사들을 필요로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생들과 교사가 숨소리조차 마음놓고 내지 못했던 이들 비밀 학교에서는 지난주부터 웃음소리가 건물 밖으로 터져나오는 등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지만 어려움은 층층이 쌓여 있다.

교육을 받으려는 신청자가 급증하는데 반해 이들을 가르칠 인력과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 그동안 비밀 학교들은 교과서와 칠판, 운영비 등을 유엔과 국제적십자사의 기부금에 의존해 왔다.

한편 탈레반 집권 후 전면 폐쇄됐던 여학교들도 교문을 다시 열기 시작했다. 아왈굴 아부자헤드 잘랄라바드주 교육차관은 잘랄라바드시의 11개 여학교가 21일 문을 열었으며, 잘랄라바드주와 코지아니주 등 동부 지역 3개주의 여학교들도 곧 교육을 재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김성규기자>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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